여성 시인으로서 1996년 폴란드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2020년에는 루이즈 글릭이라는 미국의 여성 시인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었지요. 루이즈 글릭의 노벨상 수상 대상은 그의 시집 가운데 <아베르노>를 꼽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2016년의 그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야생 붓꽃>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에 그 전문을 소개하면,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당신이 죽음이라
부르는 것을
기억해요.
머리 위, 소음들,
소나무 가지들이 움직이는 소리들.
그 후의 정적, 연약한 햇살이
마른 표면 위에서 깜박였어요.
어두운 땅 속에 묻힌 의식으로
생존한다는 것,
소름 끼치는 일이에요.
그때 끝이 났어요.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영혼으로 존재하면서
말할 수 없는 상태가,
갑자기 끝나고, 딱딱한 땅이 약간 휘었어요.
그러자 내게 새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낮은 관목들 속으로 돌진했어요.
저 세상에서 돌아오는 통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
당신에게 말하지요,
내가 다시 말할 수도 있으리라라는 것을,
망각에서 되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되돌아와
목소리 낸다는 것을.
내 삶의 중심에서
담청색 바닷물에 얹힌 심청색 그림자들,
커다란 샘물이 솟았지요.”
여기에서 화자는 ‘붓꽃’이라는 식물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꽃이 아닌 죽음과 부활, 영원의 순환을 경험한 존재로 말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망각’, ‘목소리를 되찾은 것’은 모두 인간의 상실, 회복, 정신적 치유를 은유하고 있지요. 이 시 전체는 마치 식물이 겨울을 지나 다시 피어나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재생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 이유를 “글릭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고한 시적 목소리로 개인의 실존을 보편적으로 나타냈다”라고 설명했는데, 위의 시를 읽으면서 수상 이유에 더 공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