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관한 인간과 AI의 비교

by 염홍철


저는 오래전부터 추억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현시점에서의 해석’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기억도 ‘사실’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재구성이라고 본 것이지요. 이에 대한 여러 차례 글도 썼지요.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생각을 확인하고 크게 발전시킨 연구가 나왔습니다. 놀랍고 기뻤습니다. 그것은 신경과학자인 차란 란가나스 박사에 의해서입니다.


그는 기억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고 기억이 감정, 장소, 현재 상태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 존재임을 밝혀냈습니다. 그에 의하면 기억은 저장된 사실의 재생이 아니라 매번 맥락과 현재의 상태를 반영해 다시 ‘재구성’되는 창작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기억은 사진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해석을 반영한 그림과 같다는 것이지요. 기억하고 상상하는 뇌의 영역은 상당히 겹쳐 있기 때문에 분명한 ‘기억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실제로는 상상된 장면’ 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 것은 결점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걸러내고 미래를 위한 인지적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란가나스는 우리가 기억을 정확한 복사본처럼 저장된 정보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억은 상황에 따라 매번 재구성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특징입니다. 그러면 재밌는 것은 인간의 기억과 AI의 정보 저장 방식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인간의 기억은 감정, 맥락에 따라 유동적 재구성을 하는 것이고 AI의 기억,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 저장은 정해진 형태의 고정된 정보입니다. 인간은 일상적이며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망각이 있을 수 있으나 AI는 저장된 이상 망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감정과 사회적 맥락과 깊이 연결되어 있지만 AI는 의미보다는 정확성이 중심이 되지요.


AI는 우리가 과거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외부의 기억 보조장치 역할을 하지만, AI 스스로가 기억을 가진 존재는 아니며 경험과 의미 부여가 없기 때문에 공유 기억의 주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기억이란 데이터 저장이 아니라 재구성된 이야기이며, AI는 이 과정을 보조할 수 있지만 인간처럼 ‘기억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대신 현재의 필요에 따라 과거를 재구성하여 적응하는 반면 AI는 정적인 정보를 저장하므로 의미의 유연한 변화나 감정적 맥락을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I는 인간의 기억을 보완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억의 조력자이지만 기억의 본질인 재구성, 감정, 의미의 맥락은 인간 고유의 능력입니다. 따라서 AI와의 협업은 기억의 효율성을 높이되 기억의 인간적 존엄성과 진실성은 인간 스스로 지켜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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