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다른 동물의 기억력 차이

by 염홍철


어제는 기억에 관한 단상을 썼습니다. 특히 인간과 AI를 비교하였지요. 그런데 오늘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기억력에 관해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이에 대해서 ‘역사를 세련된 예술로 만든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는 최근의 저서(<생각의 역사>)에서, 어제 쓴 기억에 관한 여러 주장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이분도 기억은 사실의 완전한 기록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종종 실제 경험을 과장하거나 왜곡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분도 기억은 단순한 저장이 아닌 ‘재구성된’ 서사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 맥락, 후속 경험 등에 의해 변형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강한 감정이 수반된 사건일수록 왜곡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복 회상 시마다 조금씩 달라져 기억은 견고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교수는 인간과 다른 동물의 기억력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총론적으로 인간은 기억된 정보로부터 범주를 만들고 법칙을 도출하는 데 반해 다른 동물들은 특정 장소나 시간과 연계된 기억은 있으나 이를 통해 일반화하거나 상징체계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사고력과 다른 동물의 사고력을 비교하는 테스트에서는 대체로 인간이 높은 점수를 받지만, 기억력에서만큼은 다른 동물이 인간과 비슷한 능력을 보이거나 오히려 인간을 능가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반려견은 사람과 경로를 기억하는 능력에서는 인간을 제압합니다. 보통 한 번이라도 갔던 산책 경로는 잘 기억하여 재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반려견은 집주인의 오래된 친구를 6년 만에 만났을 때도 그 친구를 즉각 기억해 냈으며, 그 친구가 선물로 준 장난감을 가져와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요. 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아주 단순한 미로에서도 길을 잃는데 쥐는 냄새를 맡은 순서를 기억해 냅니다. 비둘기도 고향으로부터 오랫동안 떠나 있어도 결국 돌아옵니다. 벌도 마찬가지지요. 먹이가 있던 자리 나 미로에서 먹이를 찾아가는 길을 기억해 냅니다. 물론 이것은 장기 기억에서 끌어낸 회상이라기보다 조건화된 반사작용이나 자극에 대한 반응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행성에서 기억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은 인간이 아니지요. 그래서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교수는 각종 문헌을 토대로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가득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기억력이 우월하지 않으며 오히려 뒤진다는 것을 주장하면서도 “인간의 기억 오류가 오히려 인류 지식과 문명의 진보에 기여했다”라는 역설적인 시각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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