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한 단상

by 염홍철


고독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접근이 있으나 고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정신상태는 아니라고 분석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앤서니 스토(Anthony Storr)는 <고독의 위로>에서 인생이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고 하는 학자들에게 반대하면서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질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고독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며 관계 맺기에 무능하다는 증거는 더욱 아니라는 것이지요.


앤서니 스토는 “우리는 오늘날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사실 인간관계와 행복의 연결고리는 매우 허약하다.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는다면 삶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고, 행복하지 못하면 그 인간관계는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우려의 생각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인간관계를 중시해 온 우리들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고독을 찬미하는 주장들도 많지요. 독일의 교육자이자 작가인 카롯사(Hans Carossa)는 “고독은 나를 해방시킨다. 나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고독은 자유다.”라고 말하면서, 고독을 정신의 독립성 또는 인격의 완성에 이르는 길로 보기도 했습니다. 카롯사뿐만 아니라 라이너 릴케(Rainer Maria Rilke)도 고독은 시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고 예술적 영혼의 뿌리로 여겼습니다. 타인과 진실하게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자신만의 고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피로사회>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재독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통 과잉’ 속에서 깊은 고독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대사회의 특징 때문에 고독을 견디지 못해 SNS와의 소통에 집착하지만, 오히려 더 고립되고 피폐해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병철 교수가 상정하는 고독의 진정한 의미는 사유와 예술, 윤리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고독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가장 윤리적인 상태라고 선언하는 것이지요.


월요일 아침, 고독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시조에서 고독의 참모습을 찾아보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섬 달 밝은 날에>라는 시조에서 “한산섬 달 밝은 날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을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歌) 남의 애를 끝나니”라고 하였습니다. 이 시조는 진중에서 우국충정을 토로한 것인데, 얼마나 깊은 사색과 갈등, 두려움과 용기가 중첩된 고독한 모습이겠습니까? 이 시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고독은 창조의 에너지를 만드는 결단의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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