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대하여

by 염홍철


생일의 기원은 고대 문명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집트는 기원전 3000년경 ‘파라오(왕이자 신적 존재)’의 즉위일을 ‘신성한’ 탄생일로 여겼습니다. 일반 사람의 생일이 아닌 왕의 신격화와 연결된 의식이었죠. 그리스에서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기리는 케이크 봉헌 의식이 있었고, 달의 형태를 본뜬 둥근 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풍습이 생일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로마 제국은 귀족 남성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기록이 있었는데, 여성은 12세기까지 생일을 기념하지 못했고, 기독교 전통에서는 초창기에는 생일을 ‘이교적’이라고 금기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생일에 촛불을 켜는 풍습도 위에서 얘기한 고대 그리스로부터 유래되었는데, 달의 여신에게 바치던 케이크에 촛불을 켠 것입니다. 연기를 통해 신에게 소원을 전달한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중세 독일에서는 ‘Kinderfest’라는 어린이 생일 축제에서 케이크 위에 아이의 나이만큼의 촛불을 꽂고 하루 종일 촛불을 켜두었습니다. 밤이 되면 아이가 소원을 빌고 불을 끄는 의식을 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는 생일을 음력으로 지냈고, 첫돌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풍습이 조금씩 바뀌어 최근에는 양력 생일과 생일의 기원과 함께 시작되었던 케이크 문화가 확산하고 있지요. 생일날에 국수를 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은 긴 국수가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것으로써, 중국으로부터 유래됐다고 합니다. 일본은 생일보다는 성인식이나 7·5·3세 축제 등 인생의 단계별 의식을 중요시했습니다.


생일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히틀러는 자신은 공개적인 생일 축하를 싫어했지만, 나치 정부는 히틀러 생일인 4월 20일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독일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기념하게 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4월 23일이 생일인데 그의 사망일도 같은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인데,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일을 기념해 지정된 날이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생일이 무척 기다려졌고 점점 성장하면서는 생일 핑계로 가족이나 친지가 모이는 것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일은 즐거운 날만은 아닙니다. 나이가 추가되는 것이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생일은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확인하는 날로 삼는다면 그런대로 의미 있는 생일을 보낼 수 있겠지요. 나이가 드니까 가족보다도 친지나 후배들이 생일을 기억해 줘서 생일 주간에는 매일 ‘잔치’가 벌어져 즐거운 피곤이 지속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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