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데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성(학생이 아닐 수도 있지요) 이 같이 들어왔습니다. 손에는 전단지 한 움큼을 들고 있었는데, 그중 한 장을 입구 벽에 붙입니다. 그리고 잠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 “학생, 많이 힘들겠네요”라고 말을 거니, 그 학생은 “전혀 힘들지 않아요. 하루에 3시간씩 붙이고 다니는데 운동도 되고 돈도 벌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결례가 되겠지만, 수입이 얼마인가 물어도 되나요?”라고 하니, “3시간 일하는데 3만 원 정도 받아요”라고 밝게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안에 전단지 한 장을 빨리 붙이고 돌아갔습니다.
그 학생(?)의 밝은 표정과 짧은 답변을 통해 안쓰러움도 느꼈지만, 사실 많이 흐뭇했습니다. 젊은이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경쟁 중심과 성과 지향적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젊은이가 비슷한 방식으로 살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오히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서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귀해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한 사교가 아니라 타인의 필요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능력이 우선시된다고 봅니다.
요즘은 5세나 7세부터 조기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의사나 판사가 되기 위해 그때부터 준비시키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성적 중심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요. 따라서 암기력과 모범 답안 능력이 비슷해집니다. 반면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해결하는 창의성은 쉽게 발현되기 어렵지요. 그러나 학교 성적이 조금 떨어지고 이른바 명문대학에 진학을 못 한다고 할지라도 단편적인 시험 지식보다는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발상, 즉 ‘틀 밖에서 생각하기’를 시도해 봄이 어떨는지요.
이런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성장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단기 경쟁에서 이기려는 사람들은 쉽게 소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면 좋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여기에서는 물량적인 성취나 세속적인 지위보다는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삶이어야 하겠지요.
앳된 여학생이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뛰면서 전단지 한 장 한 장을 붙인다면 그 사람은 노동의 가치를 알 것이며 돈의 소중함도 깨달을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신뢰와 인내의 덕목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인내는 장기적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신뢰와 인내를 습관화하면 경쟁 사회에서도 ‘희소가치 있는 인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단지를 붙이는 어린 학생과의 짧은 대면을 통해 그로부터 받은 여운은 길게 저의 머리를 맴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