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아는 것이 많아집니다. 접촉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거의 정확하게 읽을 수 있지요. 따라서 경험의 심리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는 것이 많다고 해도 그것을 관철할 힘이 없습니다. 과거에 나를 가까이했던 사람도 내가 나이가 들어 쓸모(?)가 없어지니까 기피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제어할 아무런 방도가 없습니다. 그저 이해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까 스스로 무력감이 드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9년 전쯤 고미숙 인문학자를 비롯한 여섯 분의 전문가들이 <나이 듦 수업>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중년 이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조언을 한 것이지요. 그분들의 권고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나이 든 사람이나 언젠가는 그 처지가 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먼저 고미숙 고전 인문학자는 청춘 중심의 자본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삶의 주기를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늙음, 병듦, 죽음도 삶의 일부이며, 생로병사의 흐름 속에서 ‘어른’으로 늙어간다는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는 ‘노인’ 혹은 ‘늙음’을 이용하는 사회적, 문화적 인식의 프레임을 비판합니다. 노년과 젊음의 위계, “꼭 곱게 늙어야 한다”는 기준 등이 오히려 노년을 두려워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나이 듦에 대한 자기 정의를 스스로 가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노인이 ‘꼰대’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자신을 긍정하고 삶을 회고함으로써 자아를 통합하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노년기의 심리적 과제 – 삶의 의미, 자기 평가, 공동체 속에서의 소속감 – 등을 돌보고, 우울이나 고립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장회익 물리학자는 노년이 ‘블랭크(blank)’의 시간, 여백의 시간이며 사유와 성찰을 통해 지혜가 쌓이는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마음 가는 공부’를 꾸준히 하고 호기심을 잃지 않으며, 단순하고 비교되지 않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라고 권합니다. 남경아 노인정책 전문가는 은퇴 이후의 삶을 ‘하나의 직업’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거리나 의미 있는 활동들을 조합해서 삶을 재구성하라는 제안을 하며, 사회 공헌, 봉사, 학습, 문화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노년을 설계하라고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유경 사회복지 전문가는 노년의 관계 맺기를 매우 중시합니다. 친구, 가족, 성인 자녀, 부부관계, 혹은 세대 간 교류 등을 통해 삶의 지도를 경신하라고 합니다. 또한 죽음이나 마지막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법적 제도적 대비(유언, 상속, 장례 방법 등)까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삶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여러분은 어느 분의 권고에 공감하시는지요? 모두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이 듦을 숨기지 말고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면서 가족이나 친지들을 이해하면서 ‘무한히’ 포용하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자타가 편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