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부터 배우는 것

by 염홍철


가을이 깊어져 갑니다. 그런데 올해 가을은 낭만을 담은 가을비가 아니라 바람이 동반한 음습한 가을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오늘부터는 겨울처럼 추운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가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시로 표현한 것은, 단연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아닐까요? 오늘은 릴케의 <가을>이라는 시를 통해 가을의 교훈을 배워 봅니다.


“나뭇잎이 떨어진다

마치 저 머나먼 곳에서 떨어지듯이

머나먼 하늘에 있는 정원에서 그것들이 시들었을 때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밤마다 무거운 대지가

많은 벼로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우리 모두는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볼지니

모두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어느 한 분이 계신다

이 떨어지는 것들을

한없이 부드럽게 두 손으로 받아주는 분이 계시다”


여기서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히 죽어가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런데 떨어지고 죽어가는 것은 새로운 탄생을 위해 씨를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릴케는 모두 떨어지는데, “어느 한 분이 계신다”라고 했습니다. 이 어느 한 분은 누구일까요? 신 또는 존재의 근원을 의미할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은 모두 떨어지는 존재, 즉 소멸과 죽음의 길을 가더라도 신은 모든 떨어지는 것을 받아주는 존재지요. 그래서 가을은 단순한 죽음을 넘어 고독한 성찰의 과정이며, 후회와 두려움을 이겨내는 “초월의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고독의 계절 가을은 자신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고독을 통해 요란함의 뒤에 있는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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