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똑같이 반복되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에는 삶의 의미를 스스로 깨우쳐 가는 ‘철학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 깨달음 중에서는 세월이 빨리 흐른다는 것이 들어있지요. 거기에 더해 세월이 덧없음도 실감하게 됩니다.
성경에는 세월의 덧없음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그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그것은 바람이 지나가면 없어지나니.”라는 구절이 있고, “너의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라는 대목도 나옵니다. 그러나 어릴 때는 좀 달랐습니다. 하루가 무척 길었지요. 해가 뉘엿뉘엿해질 때까지 친구들과 뛰어놀아도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려면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바쁘게 살기 때문이라고 자위하면서도 특별히 기억할 일이 없이 무심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게 되지요. 또 어느 날부터는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하나둘씩 발견하게 됩니다. 또래 지인들과 만나면 건강에 관한 대화가 부쩍 늘었고, 몸이 변하는 신호도 수시로 접하고 있지요. 이쯤 되면 세월의 흐름을 속수무책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은 쓸쓸해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처음 걷는 길은 언제나 멀게 느껴지고,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길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낯선 풍경과 이국 문화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게 오래 지속되곤 하지요. 이렇듯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은 다분히 기억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심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좀 더 더디게 하는 방법은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자신을 안일한 삶에 가두지 않는 것입니다.
개인이 느끼는 시간의 길이는 다 다르지만 사실상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각자의 몫입니다. 보다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고 어느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뼈아픈 후회’를 하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매사를 사랑하면서 시간을 느리게 보내는 일상을 터득해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