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규칙 수용자'에서 '규칙 설정자'로 바뀌었다.

by 염홍철



지난주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아세아-태평양 경제 무대의 중심에서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국제적 위상을 한층 높였습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롯하여 21개국의 정상과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를 비롯한 1,700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하여 역대 회의 중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 회의였습니다.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60년대 초 한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80여 달러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습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당연히 자원도, 기술도, 자본도 거의 없었지요. 당시 정치적 상황도 영국 ‘더 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길 바라는 것과 같다.”는 수준이었지요.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 무역액 세계 7위, 반도체 배터리 조선 철강 자동차 문화 콘텐츠 등 다각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를 점하고 있고, OECD 국가 중 디지털 전환 속도도 1위입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였는데, 미국과 3,5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주도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불과 반세기 전 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것이지요. 한국은 ‘원조받는 나라’에서 ‘세계에 기여하는 나라’로 역할이 바뀐 최초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규칙 수용자(rule taker)였다면 지금은 규칙 설정자(rule setter)로 변화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우리는 뒤처졌다’는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냉정히 보면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의 시스템과 인재를 갖추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국가 위기 때마다 스스로 길을 찾아낸 위기 대응 DNA가 있습니다. 코로나19 때에는, 초기에 세계가 인정한 시민 협력과 디지털 방역이 성과를 나타내었습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국민의 교육 수준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폄훼하는 순간 우리의 자신감을 스스로 잃고 말게 될 것입니다.


저는 항상 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계 모두가 탈세계화, 기술 혁명, 녹색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는데, 이 세 가지 모두에서 우리나라는 비교 우위를 가졌습니다. 기술과 인재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며, K-컬처로 대변되는 문화와 소프트 파워는 세계인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위기 때마다 보여준 공동체 정신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자부심은 과거의 영광에서 찾아야 하지만 지금은 미래를 여는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믿을 때 더 큰 변화가 시작되고 세계는 한국을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위대합니다. 다만 그것을 잊고 있을 뿐입니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과 대립은 우리의 엄청난 잠재력으로 넘어설 수 없습니다. 어느 사회에도 있을 수 있는 ‘성장 진통’이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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