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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12. 2024

봄과 사랑의 짧음을 예견하지 말자


  경칩이 지났는데도 날씨가 여전히 쌀쌀합니다. 찬 바람결에 앞섶을 여미곤 하지만 대기의 모든 지표는 영하의 수은주를 아랑곳하지 않고 한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바로 봄이지요. 봄이라는 계절은 이렇듯 새 생명이 밝음과 흘러간 시간의 아쉬움이 버무려지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가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랑의 짧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표현을 했지요.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나가겠죠.” 흔히들 사랑의 속성에 대해 이러한 묘사를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왜 굳이 해야 하나요?


  물론, 사랑의 짧음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도 증명되었습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뇌 호르몬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호르몬의 속성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내성을 기르기 시작합니다. 이때쯤 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상대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사람의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커플에 따라서 얼마든지 예외가 있다는 것이지요. 어떤 커플들에게는 이런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이 평생을 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는 후자의 연구 결과에 더 위로받을 수밖에 없고, ‘우리는 예외다’라고 외치고 싶겠지요.


  미셸 푸코는 “책을 쓸 때 마지막 장면을 이미 알고 있다면 쓸 마음이 나겠는가? 글쓰기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했다지요. 그러나 영화의 예고편도 미리 보지 않는 성미라, 책의 마지막 장면이나 봄과 사랑의 짧음을 예견하지 않습니다. 짧다고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더욱 음미하면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면 한없이 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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