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외국으로 규정하고,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습니다. 호칭도 ‘대한민국’ 또는 ‘한국’으로 바뀌었고, 통일이라는 단어는 북한의 정치 언어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사의 변화가 아니라 분단을 잠정 상태가 아닌 영구 질서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북한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한반도를 단일 영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통일을 당장 실현하겠다는 명령이기보다는, 분단을 임시 상태로 인식하겠다는 최소한의 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두 국가’ 론을 채택한 지금, 우리는 통일을 전제로 한 헌법과 분단을 전제로 작동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수록 깊은 괴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통일을 ‘언젠가 올 미래’로 미뤄두며, 현재의 분단을 관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합니다. 통일을 말하지 않는 상대와, 통일을 전제로 한 헌법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답하지 않은 채 통일을 외치는 것은 공허하고 분단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단 속에서 사는 것은 위선에 가깝습니다.
통일 담론은 이제 도덕의 언어에서 전략의 언어로 옮겨가야 합니다. ‘왜 통일해야 하는가?’ 보다 ‘통일을 전제로 한 삶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묻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헌법을 고치자는 말이 아닙니다. 헌법이 담고 있는 이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사이의 긴장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분단은 관리할 수 있지만, 방향 없는 분단은 공동체를 소모합니다. 통일을 꿈으로 남길 것인지, 원칙으로 견딜 것인지 이제는 그 선택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통일은 꿈이며, 목표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평화’를 가치에두는 분단 관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일 <아침단상>은 ‘두 국가론’과 관련한 헌법적 충돌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