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이스 룰라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습니다. 양국은 67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였지요.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청년 시절 공장 노동자로서 겪은 어려움과 부상 경험을 공유하며 개인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지도자 모두 ‘사회통합’과 ‘실용주의’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지요. 룰라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며 빈곤을 줄이기 위해 복지를 확장하면서도 시장과 재정의 균형과 신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두 나라의 방향은 같지만, 한국 정치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브라질과 산업 구조가 다르지요. 한국은 제조업과 기술 중심이라면, 브라질은 원자재 중심입니다. 그러나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정치적 분열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성장이 먼저냐, 복지가 먼저냐.’라는 낡은 구도로 싸우고 있습니다. 한쪽은 복지를 퍼주기라고 비난하고, 다른 쪽은 성장을 기득권의 논리라고 공격합니다. 이에 반해 브라질은 성장과 분배는 대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복지는 경제의 적이 아니라 사회 안정의 기반이 될 수 있고 시장과 국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도 유사합니다.
룰라 대통령의 정책은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라는 실험이었는데 그는 노동자 출신이라는 상징성에 머물지 않고, 빈곤층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과감히 실행했습니다. 대표적 사례인 볼사 파밀리아(조건부 현금지원)는 복지를 시해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전환한 모델이었습니다. 그 결과 수천만 명이 극빈에서 벗어났고,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도 높였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성장은 원자재 호황에 크게 의존했고, 산업구조의 근본적 혁신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하강과 정치적 스캔들이 겹치며 사회는 극심한 분열을 겪었습니다. 분배는 강화되었지만, 신뢰는 약화한 셈입니다. 이 점도 두 나라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아직 한국은 성장과 복지를 대립 구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룰라 모델이 보여주듯, 중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시장을 인정하되 방치하지 않고, 복지를 확대하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정치적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경제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한국과 브라질 두 나라에 필요한 것은 성장도 분배도 필요하며 그것을 싸움의 도구로 써서는 안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두 나라 모두에게 신뢰의 회복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