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인생을 계획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디에서 살지, 어떤 성공을 이루어야 할지 미리 정하고 그 방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인생은 의지로 설계할 수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존경받는 교육자인 파커 파머(Parker J. Palmer)는 그의 책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인생을 계획하기 전에 먼저 삶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일갈합니다.
파머에 따르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소명(vocation)’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길을 따라 직업을 선택합니다. 돈이 되는 일, 지위가 높은 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직업이 반드시 나다운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외부의 기대에 맞추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파머는, 소명은 밖에서 들려오는 명령이 아니라,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라고 말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기쁨을 느끼는 일, 반복해도 지치지 않는 일, 마음 깊은 곳에서 의미를 느끼는 경험들 속에서 이미 삶은 나에게 방향을 말해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그가 성공뿐 아니라 실패와 고통도 삶의 목소리라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좌절을 겪고 예상하지 못한 길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파머는 그런 경험 역시 인생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길이 나에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 무엇이 진정으로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지를 더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은 오히려 실패나 고통을 통해서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종종 삶을 너무 강하게 붙잡으려고 합니다. 내가 세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기를 바라며 애쓰지요. 그러나 때로는 계획보다 경청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삶을 끌고 가려고 하기보다, 삶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귀 기울여 보는 것입니다.
아마도 ‘나답게 산다.’라는 것은 거창한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삶일지도 모릅니다. 바쁘게 달려가는 동안 잠시 멈추어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은 과연 내 삶이 나에게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내가 세상의 기대에 맞추어 억지로 써 내려가고 있는 이야기일까. 어쩌면 우리의 삶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분주해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어제 여기 <아침단상>에서 쓴 것처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가장 너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라고 물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