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홍철 Mar 20. 2024

수선화를 통해 배운 것


  지난 주말 서울에서 친구들이 내려와서, 이응노미술관과 한밭수목원을 안내했습니다. 이응노미술관은 마침 휴관이어서 전시물을 보지 못하고 그저 건물과 정원을 보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목원은 많이 있지만 대도시 도심 한복판에 수목원이 있는 것은 한밭수목원이 유일할 것입니다. 한밭수목원은 동(東) 원과 서(西) 원으로 나뉘어 있는데, 서원은 숲과 호수가 중심이라면 동원은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한밭수목원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고 그날 본 꽃 중에 유독 인상적이었던 것이 수선화였습니다. 동원 습지원에 화목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그 주변에 수선화가 식재되어 있어서 긴 시간은 아니지만 사진도 찍고 향기도 맡고 즐거워했지요.


  지난 주말의 수선화를 소환해 보겠습니다. 수선화는 동양이나 서양,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수선화의 꽃말은 ‘이 세상의 마지막 사랑’, ‘조건 없는 사랑’을 비롯해서 순진함, 감사와 기쁨, 외로움과 신비 등 다양합니다. 수선화는 이렇듯 특히 사랑을 상징하는데 사실상 ‘사랑을 뛰어넘는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수선화와 얽힌 유명한 에피소드도 있지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는 사냥을 하다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머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다가 죽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 핀 꽃이 바로 수선화라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수선화를 몹시도 좋아했는데 제주도로 유배를 떠난 뒤 육지에서 그 귀한 수선화가 제주도에서는 소도 안 먹는 잡초로 여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처지와 빗대어 ‘귀한 것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천대받는다.’라고 했다지요.


  수선화의 꽃말 중에 ‘외로움’도 있는데,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사랑과 기쁨보다는 외로움을 부각합니다. 그 시는 ‘울지 말라’로 시작합니다. 시인이 보기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새들도, 산그림자도, 종소리도, 하느님조차도 외롭다 ‘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오고”,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는 표현에 다다르면 수선화의 ’ 사랑을 뛰어넘는 사랑’과 ‘외로움’은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수선화와 정호승 시인의 시를 통해 사랑과 외로움의 관계를 배웠네요.

작가의 이전글 예술가 지원인가, 예술 수요자 지원인가?(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