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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20. 2024

'불평등은 세습자본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격차'


  선진국의 300년간 불평등 수준을 분석한 <21세기 자본>을 저술하여 세계적 스타가 된 토마 피케티 교수는 1960년, 70년대에는 노동 수익만으로 파리에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속 재산이 없으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유럽의 대부분 국가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퍼센트 사람들의 부와 소득은 전체의 약 50에서 60퍼센트이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이보다 10퍼센트 정도 낮고, 미국은 이보다 10퍼센트 정도 높다는 통계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피케티 교수는 20세기 선진국에서 부의 분배를 두고 일어난 주요한 구조적 변화는 ‘세습 사회’와 특히 미국에서 나타난 ‘능력주의 사회’라고 지적합니다. 물려받은 부가 부의 집중을 극대화하였고, 소득의 불평등은 능력주의 사회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즉 미국의 임금 불평등의 증가는 임금 계층의 꼭대기 층, 그중에서도 대기업 최고 경영진의 보수가 극도로 높아진 결과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림대 도헌학술원 원장인 송호근 교수는 꼭 대학 졸업자가 아니더라도 사회에 나오는 젊은이들은 부동산, 주식, 채권, 저축 중 어느 하나라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으면 계층 이동의 교두보를 만들 수 없다고 했습니다. 즉 그는 “산업화 시대에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일군 ‘성취적 지위’가 빛을 발했다면, 이제는 타고난 ‘귀속적 지위’가 인생을 결정하는 시대로 변했다. 즉 유산(遺産)이 유산자(有産者)로 되는 중세적 세습 사회가 21세기로 귀환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습 사회는 유산자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소시민이나 농민으로 살아온 부모라 할지라도 노동소득으로 작은 아파트 하나도 마련할 수 없는 자녀들을 위해 살던 집이나 농토를 반으로 줄여 그 적은 돈을 자녀 세대에 세습해 주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송호근 교수는 “불평등은 세습자본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격차”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저는 매일 캠퍼스 안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이와 같은 세습 사회의 현실을 알면서도 ‘그래도 노력하면 살만한 인생’이라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지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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