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운 푸른 낙엽과 개나리

by 염홍철


지난 주말 보문산에 올랐는데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개나리 꽃망울이 수줍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4월에 피는 개나리가 계절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절기상 ‘대설’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사실은 얼마 전에 삼척 강릉 지역의 기온이 20도가 넘어 개나리가, 부산에서는 벚꽃이 피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직접 보니까 실감이 났습니다.

한 달여 전에는 ‘푸른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지요. 기온이 떨어져 누런 빛으로 익어가야 되는데 갑자기 추워지니까 나뭇잎이 푸른색 그대로 낙엽이 되어 떨어졌습니다. 물론 그 뒤로 다시 더워져서 개나리가 피는 뒤죽박죽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지요.

이렇게 갑자기 추워진 이상기온 때문에 찬란한 빛깔의 낙엽이 아닌 푸른 낙엽이 땅 위에 앉았고, 계절을 착각해 피어난 개나리는 모두 처량합니다. 어느 탈북 작가가 탈북민에 빗대어 표현한 대로 “충만하고 완성된 결말이 아니라 때 이르게 땅에 팽개쳐진 푸른 낙엽은 안쓰럽고 처량한 것”이지요. 개나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이상기온이지만 곧 추위가 몰려와 얼어서 녹아버리겠지요.

처량한 푸른 낙엽과 겨울에 핀 개나리를 보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갖게 됩니다. 지금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입니다. 기온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면역 반응이 악화되어 독감에 취약하게 되고, 이 독감은 겨울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유행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전염병을 만들 수도 있지요.

이 모든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는 화석 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원인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정책을 펴고 있으나, 그 절실함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 UAE에서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는데, 이때 산유국들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감축을 공식화해서는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공동선언문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는 뉴스를 보며 새마을중앙회장 당시 새마을이 앞장서 탄소중립을 실천하자며 전국을 다니던 생각이 나서 더욱 씁쓸했습니다.

2015년,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세계적 지도자들과 환경론자들의 간곡한 호소에 195개국이 동조한 파리협정의 정신이 재점화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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