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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28. 2024

감동이 담긴 사진들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 한 곡의 음악에는 저마다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인생이 녹아 있습니다. 좀 단순한 것 같지만, 사진에도 시간의 흔적들이 녹아 있지요. 어떤 책 보다 오랫동안 감동적을 주는 사진집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균관대학교 교수였던 사진작가 고(故) 전몽각 교수님의 사진집 <윤미네 집>입니다. 이 사진집은 전몽각 교수님의 딸 윤미 씨가 태어난 1964년 갓난아이 사진부터 시작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아버지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마지막 사진까지를 모은, 한 가족의 사랑의 역사입니다. 마지막 부분은 전몽각 교수님의 아내 사진이 실렸는데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순간을 뽑아내었지요.


  저 역시 두 딸의 아버지로서, 부정(父情) 가득한 흑백의 사진들을 한 장씩 들여다보면서 마음속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강처럼 흐르는 삶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어떤 대하소설 못지않은 간절한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 절절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사진집을 보다가 눈물을 쏟았다는 인터넷의 게시글들이 과장이 아님을 새삼 느꼈지요.


  사진집 뒤편에 실린 전몽각 교수님의 육필 원고에는 정현종 시인의 시 <견딜 수 없네>가 적혀 있습니다.


  “갈수록, 일월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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