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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Mar 27. 2024

어머니


  인터넷에서 어머니라는 시를 찾아보면 수백 개가 뜹니다. 저는 그중에서 세 분의 시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시를 가장 많이 쓰면서도 주옥같이 아름다운 시를 쓰시는 이해인 수녀님의 <엄마>라는 일종의 사모곡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우리 시대 지성의 상징으로 통하던 이여령 선생님은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첫 시집을 냈는데, 그분이 기독교 입문 후 쓴 일종의 신앙 고백입니다. 그 시집에는 <어머니들에게>라는 한 장(章)의 시 묶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분도 이미 작고하셨지만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이 타개한 후 그의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있습니다. 이 시집에 <어머니>에 대한 다섯 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이분들의 시를 종합하면,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포근한 단어입니다. 어머니의 가슴은 향기롭지만 뜨거운 용광로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는 슬픔, 외로움, 그리고 미움이 다 녹아 기쁨과 만족으로 용해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저도 일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은 바로 어머니입니다. 영·유아기에서 청소년기까지 제 머리에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제 가슴에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을 넣어주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수시로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칭찬을 받을 만큼 ‘훌륭한 사람’인 줄 착각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의 명예’가 제 어린 삶의 하나의 목표였지요. 저도 <어머니>에 대한 시를 썼는데 “시골길 구멍 난 검정고무신 신고 / 책보 둘러매고 학교 갔지만, / 나는 부자인 줄 알았다 / 어머니는 내 앞에서 쌀 걱정, 돈 걱정 안 했다 / 성장해서 다 알았다 / 어머니 그 칭찬이 / 역경 이겨 명예 지키고, 자신감 갖게 한 / 커다란 긍정의 힘 되었다는 것 / …”이었습니다.


  어머니를 통하여 하나님을 알았고 구원의 확신도 얻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심어주신 긍정의 힘이 부족하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의 도움이 없는 ‘소수파 인생’으로 살면서 어려움과 수모도 많았지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자긍심을 가졌으며, 사물과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낙관주의가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어머니는 하늘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저에게 그리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긍정의 교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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