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아침단상을 정리하고 지인들에게 보내기 때문에 새벽부터 분주합니다. 그래서 출근 전까지 ‘나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지요. 유일하게 아침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날은 토요일입니다. 10시 산행을 출발하기 전까지는 자유로운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지요. 오후에도 자유로운 시간이 이어집니다. 비좁은 아파트지만 앞뒤로 창문이 있어서 시시각각 변하는 밖의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너른 창밖으로 어느 때는 비가 오고 어느 때는 눈이 내립니다. 어느 때는 창밖 어둠 속의 신비를 들여다보고 어느 때는 푸른 아침에 날아가는 새 한 마리를 볼 수 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새벽녘 창문에 어슴푸레 여명이 떠오를 때나 해 질 무렵 창밖 현실의 윤곽이 희미해져 가는 순간입니다. 이때 저만의 자유를 누리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몰입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제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연에 좋아하는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언젠가는 아파트에서 밖을 내다보며 간단한 시를 한 편 써보았지요. 제목은 <아, 세상이 움직이는구나>였습니다.
“세상이 정지되었다
아파트는 차렷 자세로 서 있고
자동차들도 땅에 붙었다
하늘도
산도
나무도
쉬는지 조는지
정지.
내 생각도 정지되었다
어제 무얼 했는지
오늘 무얼 할 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 아파트도
산도
나무도
하늘도
그리고 나도.
이제야 옆 동에서 꼬마가 달려 나온다
자동차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엷은 바람결에 나뭇잎 흔들린다
하늘에 뭉게구름 흘러간다
어제 좋아하는 사람이 문을 연
무지갯빛 사무실과
아리아에 곁들여 마신 와인 생각,
등산 갈 준비 해야지
오후엔 글 써야지
저녁엔 친구 만나야지
아, 세상이 움직이는구나
나도,
움직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