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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Apr 09. 2024

눈부신 4월


  우리나라 사계절은 모두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면 4월은 황홀한 기적이라고 여길 만한 봄꽃의 향연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그래서 1년 중 가장 ’ 눈부신 4월’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습니다. 겨우내 누렇던 잔디밭이 초록빛 생기로 되살아나고 마른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면 추위에 움츠렸던 온갖 생명들이 일제히 부활을 준비합니다. 한치의 어김도 없이 때를 맞추어 반복되는 오묘한 자연의 섭리 앞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지요.


  언제쯤 어떤 꽃들이 피는지를 굳이 헤아려 보지 않더라도 겨울 찬바람이 가신다 싶으면 잎새를 틔우기에 앞서 꽃들이 먼저 피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 봉오리를 터뜨리는 봄꽃 종류는 380여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철쭉, 개나리, 벚꽃, 민들레, 유채, 달래, 목련, 모란, 팬지, 튤립, 수선화, 제비꽃… 저도 10여 종의 꽃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시인들은 수백 종의 봄꽃마다 노래를 지었지요. 대표적으로 함민복 시인은 <봄꽃>이라는 시를 통해 “꽃에게로 다가가면 / 부러움에 찔려 / 삐거나 부은 마음 /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이라고 했겠지요.


  이해인 시인은 “…/ 내가 가는 봄맞이 길 / 앞질러 가며 / 살아 피는 기쁨을 / 노래로 엮어내는 / 샛노란 눈 웃음꽃”을 개나리라고 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 하늘을 바라보고 눈물 글썽일 때 발밑에 민들레꽃 / 해맑은 얼굴을 들어 노랗게 / 웃어준” 꽃을 민들레라고 했습니다.


  12구간 138km 거리의 ‘대전둘레산길’이 있습니다. 물론 사계절 나무와 꽃의 모습들이 다양하지만 보문산에서 만인산으로 이어지는 연둣빛 산록, 구봉산의 진달래, 원시림의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식장산 등 둘레산길 주변에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봄꽃들을 보면서 시인들은 그리운 사람을 생각합니다. 김시천 시인처럼 “…/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읊고 싶어 집니다. 봄꽃이 지기 전에 눈부신 4월을 만끽해 보심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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