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ica Sep 18. 2019

화창한 날씨는 번역가의 적이었다

와.. 난 정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본격적으로 쾌적하고 화창한 가을이 시작되자 나는 그야말로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습하고 덥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여름에는 내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번역가라는 것이 너무나 고맙기만 했다. 그런 날씨에는 집에서 할 일이라곤 번역뿐이니 의외로 작업 능률이 쑥쑥 올랐다.


그런데 가을로 접어들자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 쾌청한 멋진 날씨가 나를 유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 앞에 앉아 주구장창 번역만 하고 있다 보니 바깥 구경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결국 난 오늘 오후 작업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갔다. 외출 결심을 오후 1시 넘어서 하는 바람에 어디 멀리는 못가고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 왔다.


그동안은 늘 박물관 1층만 돌고 나면 체력이 딸려서 보지 못했던 3층을 오늘 처음으로 샅샅이 보았는데, 와... 난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용산에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네. 그리고 교과서에서나 봤던 멋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들도 여러 점 실물로 영접했다. 감탄감탄..ㅎㅎ


귀가하는 길에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러 새우튀김을 2만원어치나 잔뜩 사들고 왔다. 한동안 새우튀김 생각이 안날 만큼 원없이 먹으려고..ㅋ


전에는 대형 새우가 작은 새우보다 맛이 없다고 생각해서 작은 것만 사먹었었는데 오늘 두 종류를 고루 사서 다시 먹었는데, 아니, 대형 새우가 이렇게 맛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어서 깜놀!


아무튼 오늘 간만에 잘 놀았으니 내일부터는 정신 차리고 다시 번역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멋진 날씨에 성실한 업무의지가 이렇게 꺾일 수도 있음을 겪고 나니, 인간이란 정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전에 찍었던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전경. 오늘은 그냥 풍경을 눈으로 즐기기만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