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출근하지 않는 주말은 일찍부터 말끔하게 눈이 떠진다. 남편보다 1시간 먼저 깼어도 끌어안는 손길을 뿌리치지 못해 순순히 결박 당해있다가 한참 후에 벗어난다. 엄마 배 위에 올라와 있는 아기 수달처럼 남편 가슴팍에 볼을 대고 납작하게 엎드려도 본다.
아침을 먹고 나면 이상하게 잠이 쏟아진다. 남편은 낮잠 자는 것도 버릇이라며 고치길 내심 바라지만 이 달콤함을 외면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과제이다. 눈에 졸음이 가득 차올라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가 오늘도 낮잠 허락을 얻어내고야 만다.
한참 자고 개운해진 몸으로 외출을 나서면 정오 무렵이다. 플리마켓도 구경가고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대학가 구경도 하고 나면 날은 이미 한참 전에 저물었다. 시간이 한 문장처럼 짧다. 손을 거의 놓지 않았던 것 보면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