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풍경들을 만나는 여행

11월 18일

by 박유미

야간당직을 하고 돌아온 아버지까지 모시고 네 가족이 부지런히 여행에 나섰다. 조수석에서 이 노래 저 노래 불러가며, 잘못 들어선 길을 유턴하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기도 하며, 작고 아름다운 도시로 접어든다. 익숙한 해미읍성과 반가운 개심사, 아름다운 신창리 목장까지 소중한 풍경들이 가득한 도시.


몇 년 전 교황이 들렀다는 순교 성지로 들어섰다가 내가 세례를 받을 무렵 방문했던 서울의 순교 성지들이 떠올랐다. 예수의 마지막 순간이 그랬듯 이름 없는 조선의 순교자들이 맞은 마지막 앞에서도 "도대체 왜!"라는 물음만이 가슴을 꽉 채운다. 그 먹먹한 마음에 숭고함이라는 이름을 찾아주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성을 발현하는 건 바로 이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순간인 것 같다. 과학적 회의주의자인 남편은 모두 무의미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다음 대답을 들어보면 그도 숭고함의 어떤 조각을 맞추고 있는 것만 같다.


"나한테는 자기의 사랑처럼 실제로 의미 있는 것만 이해가 돼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웬일로 혼자 저녁 운동에 나섰다. 주말에는 푹 퍼져있기에도 바빴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기운이 솟았다. 몸에서 용기가 솟았다,는 게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하루 동안 내가 지내온 소박하고 황홀한 풍경들이 몸 속에 용기로 녹아들었다. 내일 하루가 더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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