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오전 근무 시간에 손님이 적어서 어제 막 머리말을 읽기 시작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거의 절반 지점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한창훈 작가는 어쩜 이리도 펄떡이며 살아있는 문장을 잘 쓰는지, 옆에 두고 한 권을 통째로 필사하고 싶을 정도다. 어제 읽은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이 훌륭한 모범예시로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6,000원 짜리 청국장으로 점심을 먹고 날이 좋아 짧은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선생님, 제가 얼마 전에 '난 5년 후에 여길 그만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거든요. 물론 안 그만 두고 싶어지면 안 그만 두는 거고요. 근데 그 이후로 어떤 행동을 하든 더 가벼워지니까 이 곳에 대한 만족감이 커지는 거 있죠.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를 그날의 저를 위해 거의 매일 운동도 하고 글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 참 좋아요."
퇴근 길에 이어폰을 끼고 '30분 달리기 초보자 훈련'의 세 번째 시간을 실행했다. 1분 30초 뛰고 2분 걷기를 다섯 번 반복한다. 준비 걷기는 남편과 통화하며 시작하고 마무리 걷기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며 마쳤다. 겨우 세 번째이지만 무려 세 번째라서 남편에게 자랑 하려고 빨걔진 볼을 여러 장 사진 찍어서 보냈다.
이번 달에 호봉이 올라 월급이 7만원쯤 늘었다고 엄마랑 이야기하다가 한 달 받는 돈이 얼마인가 셈을 해보았다. 아직도 예전 회사에서 받은 첫 월급에는 못 미친다. 대신 오늘 하루도 통장에 숫자로 찍히지 않는 귀한 것을 받아간다. 소설 <모모>에서 청소부 할아버지의 빗자루질 한 번은 다른 것이 아닌 그 시간 자체로 보상 받는다. 나는 생의 어느 시점에서 건져올려도 선물이 될 수 있는 오늘 의 시간을 받아가고 싶다. 그게 과거이든, 혹은 현재나 미래이든, 오늘의 내가 선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