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하루에도 여러 번 네이버 날씨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나타내는 막대그래프의 색깔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봄에만 문 잘 닫고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12월의 문턱을 넘어선 후에도 대기오염 그래프는 노란 색과 빨간 색을 섬뜩하게 넘나든다. 파란색은 바라지도 않으니 초록색에서 머물 수는 없겠니. 그래프의 시간축을 조정해 내일과 모레의 예보를 살피며 간절히 빈다.
비가 멎고 오랜만에 청량하게 트인 하늘을 바라보니 당장 내일부터는 한파 가운데 황사가 몰려온다는 소식이 그저 섭섭했다. 찰나의 맑은 공기를 최대한 만끽하고 싶어 열심히 코를 벌름거리며 걸어서 퇴근했다. 얼굴에 맞닿는 산뜻한 바람이 너무 귀하게 느껴져서 지금까지는 이 소중함을 알지도 못할 만큼 우리 모두에게 흔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예사로운 저녁 시간들이 그래왔듯 방바닥에 엎드려 멍하게 유튜브를 재생하고 카톡을 보내고 커뮤니티 게시판을 훑어보다가 난데없이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건강에 대한 의무감이 밀려온 것도 아니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성실함의 발현도 아니었다. 아무 의미 없이 화면을 눌러 게시글과 영상 들을 넘겨보던 것처럼 그냥 저녁에 시간이 남으니까 달리기나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벅터벅 강변으로 나가서 인터벌 달리기 어플을 실행시켜 이어폰 속 목소리가 뛰라면 뛰고 걸으라면 걷고, 그게 다였다.
짧고 무심한 달리기를 마치고 들어오며 왠지 기분이 좋았던 건 폐활량이나 근력이 늘어서가 아니었다. 남편이 왜 놀이터를 지나가다가 철봉만 보면 꼭 턱걸이를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철봉은 먼지가 적은 맑은 공기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게 얼마나 귀한지도 모르고 갸우뚱했지만 그에게는 신나게 발을 구를 수 밖에 없는 쾌청한 바람 같은 것이었다. 나도 이제는 안다. 이미 여기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나도 이제는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