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힘들지 않은 월요일은 없다. 화요일에 휴가라도 간다면 다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막노동이라도 해치우고 돌아온 것처럼 고된 월요일 오전을 무사히 넘기는 것은 새로운 한 주의 첫 고비이다. 오늘은 그 고비가 특별히 높고 가파르게 느껴졌다. 바깥은 먹구름이 꽉 차 해가 뜬 흔적도 내보이질 않고 사무실 안은 매캐한 히터 바람이 숨을 조여왔다. 밤새 잠을 설친 사람처럼 정신이 멍한 데다가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앉은 채로 숙면에 이를 지경이었다. 게다가 새벽녘의 악몽이 잔상으로 남아 쉽게 불쾌해졌다.
시래기 된장국과 나물 반찬으로 몸에 푸른 기운을 조금 충전하고 나니 오후는 기분이 한결 나았다. 사무실의 찌뿌둥한 공기가 금세 개운해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손님이 뜸한 틈을 타 글이라도 몇 줄 써보고 싶었지만 그럴 만큼 기운이 솟아나지는 못했다. 정리가 필요한 서류들을 책상 옆에 쌓아두었는데 결국 퇴근할 때까지 한 장도 건드리지 못하고 그대로 집어넣은 채 서랍을 잠궜다. 오늘 적어도 사고는 치지 않았다는 자찬을 올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꽉 막힌 통조림에서 벗어나 바깥 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걷고 싶었다. 사방이 닫혀있는 그 공간에 8시간씩 담겨있는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절실히 욕구가 일었는지 모르겠다. 추적추적 떨어지는 빗 속을 걷는 게 너무 신나서 통화를 하며 노래도 부르고 어깨도 들썩였다. 친구도 남편도 오늘 오전은 특히 힘이 들었다는 걸 보니 날씨 탓이 컸던 모양이다. 기압과 습도와 채광이 어떻게 몸과 마음을 압도하는지 증명하는 표본이라도 된 것 같았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어가며 유유자적 걸어오니 벨리댄스 학원 갈 시간을 아슬하게 맞추었다. 이번 달은 곡에 맞추어 작품을 완성하기로 하셨다. 차근차근 하나씩 동작을 배웠다가 음악을 틀고 연달아 몸짓을 만들었다. 박자를 따라가다가 놓쳐 막대기처럼 거울만 쳐다보기도 하고 손발이 반대로 올라가 혼자 구부정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좋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달덩이처럼 웃으며 허우적허우적 춤을 계속 추었다. 빙그르 돌아 손 끝을 저 멀리 보내며 엉덩이를 툭툭 치어 올린다. 선생님의 유려한 선을 못 따라하는 몸치인 게 분하다가도 금방 까먹고 신이 나서 잘 놀았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얼른 오늘 배운 춤을 자랑하고 싶었다. 작은 화면 속에서 씰룩씰룩 어설프게 움직이는 모습을 한참 구경하던 남편은 나의 환한 웃음이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자기야, 벨리댄스 배우길 참 잘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월요일이 그냥 월요일이 아니라 밸리댄스를 추는 날이라니,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