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며칠 전 상반기 인사발령 내역이 공개되었다. 내 이름은 변동 없이 그대로 남아 새로운 두 계절도 이곳에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당장 구청이든 시청이든 거처를 옮겨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엉거주춤한 대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이제야 긴장을 내려놓는다.
동사무소 민원대를 3년째 지키게 될 줄이야. 이 일을 사랑하게 되어 더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날이 올 줄이야. 여기서 도망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외쳤던 날들만큼이나 인상적인 날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어제의 내가 바라던 것들을 까맣게 잊은 것 같은 오늘의 내가 이렇게 불현듯 찾아온다. 그리하여 내가 내 뜻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도 영 알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진다. 훗날의 내가 무얼 원하게 될지 오늘의 나로서는 짐작도 못 하겠다는 결론만이 날 뿐이다.
'내 가족의 밥을 지어 먹이기 위해 농사 짓는 자리가 작은 밭이든 큰 논이든 나는 내 역할을 해내면 된다'는 소박한 직업관이 매순간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다면 인사의 폭풍이 몰아친대도 내 마음은 무심했을 것이다. 내 능력을 더 발휘하고, 더 조직과 사회에 기여하고, 더 칭찬 받고, 더 높은 자리로 오르는 과정은 쏙 빼버린 채 하루하루의 보람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내 직업관의 전부였다면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제각각 내는 목소리의 불협화음 속에서 나는 자주 혼란스러워 했다. 패배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직생활에서 이기적인 태도는 아닌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이 맞는지, 나 자신을 남의 시선이 시작되는 곳으로까지 끄집어내어 나의 직업관에 대해 묻고 들여다보고 의심해왔다.
다행히 예전보다 진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나는 여전히 서로 다른 두 가치관 사이를 오르내린다. 그래서 일단은 글을 쓰기로 했다. 그게 지금 내가 해야할 첫 번째 행동이었다. 일이 아니어도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돕다보면 언젠가 지금은 알 수 없을 새로운 것을 원하게 될 때 좋은 바탕이 될 것이라 믿기로 했다. 어쨌든 글 쓰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건 한번도 변하지 않아왔으니까 그렇게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