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내는 사람들

2월 11일

by 박유미

요 며칠은 이상하게 동사무소에 와서 큰 소리를 내는 할배들이 많았다. 아침에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 단순한 일자리에 자기가 선발되지 않은 게 부당하다며 몇 십분간 반말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할아버지가 오늘의 클라이막스였다. 우리 동으로 인사 발령이 나 첫 출근을 했던 가여운 직원 하나는 자기 업무분장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속해있다는 죄목으로 몇 시간 만에 넋이 빠질 기세였다.


잘못된 행정 처리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거의 대부분 억지이다.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명백히 알게 되어도 화낸 사실을 전혀 사과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자기보다 어리고 만만한 여자 직원들에게만 버럭 소리를 지르고 기선을 제압하고 싶어하는 그 남자들을 보고 있으면 혐오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답답한 마음에 그랬겠지. 다른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여기 와서 쏟아내는 거겠지. 이런 일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던 선배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그런 행동을 하게된 메커니즘까지는 이제 이해가 되는데, 민원 업무를 맡는 공무원이 그들의 감정쓰레기를 처리해주는 '위안부'까지 되어야만 하는 건지는, 회의가 든다.


맞서서 대들어 버리라는 조언도 듣지만 같이 대거리 하며 싸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아직 내키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에 에너지를 최소로 사용하고 싶은데 내 목소리까지 올라가면 상황이 길어지니까. 한판 시원하게 치고받아버리면 적어도 감정의 위안부가 되길 거부했다는 쾌감 덕분에 스스로의 존엄성은 좀 더 높아지려나.


마음 깊이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분들을 뵙게 되는 것도 유쾌하고 따뜻한 주민들과 만나게 되는 것도 다 이 자리이니, 그 반대편의 끝에 서 있는 무례한 사람들과도 그만큼 맞닥뜨려야만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해도 말이다. 나는 내 삶의 시시각각에서 나타날 그들을 어떤 태도로 마주쳐야 할까. 나는 내 삶의 순간마다 마주친 이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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