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하루
해미읍성 인근에서 폭죽을 화려하게 뿜어내 작은 방 창문을 열고 한참 구경했다. 벚꽃축제를 하기에는 이미 비바람에 꽃송이가 지고 푸른 잎이 많이 돋아났다. 축제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호젓한 산책길을 누리니 연둣빛 뽐내는 벚나무도 좋지, 생각이 들었다.
자기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싶어요. 해미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내 한 마디에 남편이 순순히 방향을 바꿨다. 작은 다리를 건너 처음 가보는 카페의 문을 열었다.
블랙슈가라는 이름의 핸드드립 커피에 산미가 적다고 하여 그걸로 부탁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갤러리의 그림들을 천천히 스쳤다. 카페의 음향장비와 CD들 구경을 하고 오겠다던 남편이 비틀즈 음반을 선곡해달라고 부탁하고는 금방 내게 돌아왔다. 구경 다 했냐고 하니, 내 곁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함민복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그의 글은 손을 내밀고 품을 열어준다. 괜찮아, 우리 함께 시를 읽어보자. 내게 이렇게 말하는 시인의 맑은 얼굴에 아이처럼 신나서 선뜻 네, 그럴게요, 하고 대답했다.
어떤 시간은 시가 되고 글이 된다.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 글로 시간의 몸을 지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