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춤추고 있길

6월 19일

by 박유미

겨우 12주를 넘긴 태아가 무슨 신나는 일이 그렇게나 많은지 온 세상을 뛰어다닐 것처럼 팔다리를 휘젓는다. 어플로 다운받은 초음파 동영상을 보고 또 봐도 신기한 광경이다. 임신과 출산의 대선배님들인 엄마도 시어머님도 계장님도 모두 신기하다시는 걸 보니 초보엄마는 조금 더 들떠도 되겠지? 아마 2,30년 전에 그녀들의 품 속에 있던 아기들도 그 무렵에는 열심히 뛰어놀고 있었겠지만 그 귀여운 달음박질을 들여다볼 영상기술이 부족한 탓에 가만히 기대어 있는 줄로만 아셨던 걸 거다. 12주가 된 나는 어떤 춤을 추며 움직이고 있었을까. 겨우 6cm인 꼬맹이 박유미는 말이야.


태아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려면 의식이 생겨나는 22주를 지나야 한다고 한다. 스스로 폐 호흡이 가능해지는 24주를 그 기준으로 삼기도 한단다. 그 먼 길을 아직 반절 밖에 오지 못한 것 같은 우리 아기가 뭉툭한 세포덩어리의 형상이 아니라 활기찬 사람의 몸짓을 보여주다니. 내일이면 14주차에 들어서는데 남편과 나에게는 열네 번째 생일이라도 맞이한 기분이다. 입덧으로 하루하루가 길었던 탓에 한 주를 잘 버틸 때마다 축하 잔치를 열고 싶어서 더욱 그랬나보다.


밥을 먹고난 직후에 모조리 토해버리고, 하루종일 뱃멀미에 시달리는 듯 울렁거리고,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짧은 거리에도 숨이 차오르고, 그마저도 버거워 택시로 출퇴근을 해온 나날들. 두들겨맞은 듯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9시도 되기 전에 잠에 드는 임신 초기의 날들에 '아기가 무사했으면'하는 바람 말고는 다른 잡념이 끼어들 구석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될 때가 되었지만 이 친구의 앞날에 이어질 시간들을 생각하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예쁘고 똑똑한 아이가 오길 바란다는 가족들의 희망사항 사이에서 "큰 병 안 걸리고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건 좀 흥을 깨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능성과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