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일하다 죽는가
사망 사고가 났다. 옆 현장의 크레인 기사님이 심정지 했다는 소식이다. 간혹 건설 현장에서 보이는 높은 타워크레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높이에서 업무하시다 보면 식사 시간 이외에는 내려오실 시간이 없을 뿐더러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다. 한 번 올라가시는데 몇 분은 걸리고, 내려 오시는데도 몇 분 걸린다.
그래서 타워크레인 기사님들이 업무하시기 이전에는 위험성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평가한다. 응급처치와 철저한 건강관리 조치를 전달 드린 후 업무 할 수 있도록 지도 조언 한다. 높은 곳에서 업무 하시기 때문에 이번 심정지 사건도 골든타임 4분 안에 CPR을 할 시간조차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방의 현장 사고 소식이 타 사업장에도 빠르게 전달되었는지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프로님 바로 옆 현장에 사고가 난 것 같은데요?"
"타워크레인 기사님이 30분 전에 심정지 했데요!"
"우리도 노동부 점검 나오는거 아니야?"
사고가 일어나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여러 현장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이렇게 근처 사업장의 연락을 통해 아는 것도 다반수였다.
같은 지역 내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그 지역의 모든 사업장들은 사실상 비상이다. 해당 현장 이외에도 같은 지역 내부라면 노동부 점검이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있는 서류 없는 서류 다 가지고 와서 정리한다. 그렇다, 그 날은 점심시간이건, 휴식이건, 퇴근이건 없다. 그 날은 밤을 새면 된다. 대부분 안전사고나 직업성질환과 같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바로 노동부에서 출동한다. 그리고 근처 타 사업장도 점검을 나올 확률이 높다.
사전에 잘 관리하면 밤을 샐 필요가 없다. 관리한 내용을 서류로 즉시 남겨 두었으면 비상일 필요도 없다. 특히 법적인 내용은 무조건. 그러나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 점검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서류를 남겨놓는 일도 거의 없다. 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사업장은 대부분 그와 연관된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흡한 사업장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업종은 더더욱 적극적인 조치와 기록이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간호사 즉, 보건관리자가 선임되어 있는 사업장이 많이 없다. 산업재해의 한 유형인 직업병 조치나 응급상황 대응이 어려운 답답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건관리자는 건설업 기준, 800억 이상이 사업장부터 1명씩 선임 된다. 혹은 5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1명씩 선임된다. 건설업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유해하고 위험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기특법) 때문에 몇 천억 이상이 넘는 사업장이여도 1명만 선임해도 된다. 무슨 법이 이렇나!! 혼자서 몇 천명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는 출역인원 4000명이 넘는 환경에서 혼자 선임 되어 업무했다. 기특법 때문이다. 노동부 점검이 나온다고 하면 식은땀 흘리는 기업들이, 안전보건 관리 비용과 선임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위험은 관심 둔 만큼 보이고, 안전보건은 투자한 만큼 거두는데 알면서도 모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리에겐 기록의 의무도 있다. 업무 도중에도 기록을 통해 사전대응을 해야 하지만, 재해가 발생하고 나서도 기록을 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과 재해의 개요, 그리고 중요한 재발방지 대응까지. 임상에서도 환자 이력과 간호 기록을 하듯 산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상자가 근로자로 변한 것일 뿐.
2022년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 됬다. 이 법이 발효된 이후로 업무로 인해 발생한 사망사고는 단순한 산업재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 및 관계자들은 중대재해로 인정되어 처벌 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몇 일 전에도 기소된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들이 ‘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해는 운이 아니다.
‘그곳에 내가 있지 않았더라면...’
‘그 날만 아니였더라면’
'나만 아니면...’
‘우리 사업장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거야’
한국은 영국보다 산재예방 예산이 3배나 많은데 사망율은 15배가 높다. 이래도 운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영국의 산업재해예방법은 한국과 다르게 기업의 자율적인 책임관리 체제로 운영하고 전담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 한다. 사업주의 의무를 촘촘히 규정해놓고, 권한도 여러 부처에 나뉘어져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안전보건에 자율성을 보장한다. 산재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영국처럼 규제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인력과 예산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하고 적발하는 법이 위조라 예방사업에 비효율적인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영국은 적은 예산으로도 감독관에게 강도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처벌보다 예방 중심의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격이다.
그렇다고 영국이 원래부터 산재 예방을 잘했던 국가는 아니다. 영국은 1970년대 초반에 안전보건 문제를 조사하는 로벤스 위원회를 만들어 안전조직 시스템 개선에 대한 내용부터 경영진의 책임에 대한 논의, 노동자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시하는 ‘로벤스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하고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하여 일터에 있는 모든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위험성평가를 이 시절 도입하여 이후 영국은 산재 예방과 노동 안전보건 모범국가로 인정받게 됐다.
그리고 두 나라의 크게 다른 점은 '인식' 이다.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인식은 50년 전 영국 수준이다. 아무리 법으로 규정하고 자율성을 부각한들 우리에게 인식이 없다면 모든것이 무용지물일 것이다. 우리는 안전보건 문제의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를 보려 해야 한다. 내 일인 것처럼, 나의 일터인 것처럼, 나의 가족과 지인들의 문제인 것처럼. 막상 사고가 닥치고 질병이 발생해야만, 그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해당 사건이 발생하고 옆 현장이었던 우리의 노동부 점검도 마무리 되었다. 본사에서도 잘 했는지 점검이 한 차례 나오고... 일주일은 아무것도 못한 채 서류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니 개판오분전. 점검 기간이었던 일주일동안 현장은 그렇게 뒷전이 되었다. 이게 우리가 바라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