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실의 추억

근로자들로부터 울고 웃고

by 세얀돌이

건강관리실을 현장에 처음 구축하니 임직원은 물론 근로자들이 큰 관심을 가져주셨다. 컨테이너 내부를 직접 청소하고 닦고 배치하고 체계를 만들고. 다행히 안전관리자 프로님들이 도와주셔서 오픈(?) 할 수 있었다.


건강관리실을 운영해야 하지만 나 혼자서 현장 보건관리도 해야 하고 사무실에서 관련 서류 업무도 해야 하니 건강관리실에서 죽 치고 있지는 못했다. TBM 마치고 오전 2시간, 주 n일 오후 시간대를 정해 근로자들에게 사전에 공지 했다. 추가로 응급상황이 생길 때에는 지체 없니 운영 하기로.


가끔씩 간호사 출신의 보건관리자가 입사하면 현장은 뒷전이고 건강관리실에서 나홀로 탱자탱자 할 때가 있다. 간호사는 간호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은 기피하는 경향도 있는 듯 했다. 실제로 그런 사건들 때문에 직원들이랑 얼굴 붉히는 분들도 많이 봤다. 소수의 인원들 때문에 보건관리자 꿀직업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업무하면 진짜 산업간호사로 발전 할 수도 없다.


보건은 넓게, 그리고 멀리 보는 거다. 근로자의 건강이 문제라는건 건강만 문제가 아니라 그 건강을 일으킬만한 사업장의 유해한 환경과 물질 등 인자들이 문제이기에 사업장의 실태도 같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건강관리실에만 있는 보건관리자? 그건 정말이지, 진짜 산업간호가 아닌 것.


건강관리실에서는 수많은 근로자 선생님들이 방문한다. 건강관리실에서의 시간은 짧고 굵게 ! 오전에는 신규투입자, 만성질환자, 만 65세 이상 고령인원, 뇌심혈관 고위험군으로 구분해 업무 투입 이전에 무조건 *Vital sign을 확인 한다. 뇌심혈관 고위험군들은 추가적으로 간단하게 테스트 할 수 있는 *Fast check를 활용 하기도 한다.


이때 마주하는 근로자들만 하루 최소 100명은 넘었다. 출력인원이 많았을 때는 오전에만 1000명까지도 관리 한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안해 내었다. 이때 측정 수치가 투입 기준 수치에 들어오지 않으면 근로자들은 해당일에 업무를 할 수 없다. 혹은 업무 배치를 유해성이 덜 높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지도 및 조언 한다.


건강관리실에서 진행 할 수 있는 간단한 보건교육도 한다. 그러면 짖꿎은 질문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근로자도 있었다. 협력사에서도 협조가 부족해 해당 직원들과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다. 나보다 나이 한참 많으신 반장님들과도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 화부터 내기 바빴다. 그리고 건강검진 상담 차 방문하라고 수도 없이 공지 했지만 다들 모르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장에서 건강관리실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건강을 체크하고 응급조치하고 교육만 하는 곳일까?


1년차 까지만 해도 업무하기에 급급했다. 근로자들과 라포 형성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계적으로 vital 체크하고 응급조치 하다보면 그렇게 오전시간이 지난다. 나도 근로자들이 어렵고 근로자 선생님들도 내가 어렵다 보니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를 상처주는 사람들, 되려 근로자들에게 예의없게 구는 날들이 허다했다.


생일에 블루투스 스피커 조그마한 것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건강관리실에 분위기 전환용으로 틀어두면 어떨까 생각했다. 건강관리실 방문하는 근로자들에게 플레이리스트를 작성하고 가시라 했다. 첫번째 곡이 변진섭의 ‘숙녀에게’. 그 날 대박났다. 노래로 소통하는 그 시대 반장님들과 임직원들.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처음봤다. 다른 노래를 또 듣고 싶으시다며 열렬히 건강관리에 협조하시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 다음날은 근로자들이 좋아하는 음료와 간단한 다과들을 가져다 두었다. 건강검진 결과 문의가 있다며 쭈뼛쭈뼛 건강관리실 문을 두드리시는 근로자들. 당뇨 때문에 드실 수 있는 다과는 제한 됬지만 그 단순한 노래와 다과 덕에 딱딱한 건강상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무언가 기획 해 나갔다. 참여를 잘 해주셨다. 뿌듯했다.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꼈다. 덕분에 두번째 현장에서는 첫번째보다 나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Vital sign :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을 체크하는 기본적인 활력징후 측정법

*Fast check : Face, Arm, Speek, Time의 줄임말로 뇌졸중을 측정하는 간단한 측정방안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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