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폐암에

업무하고 있는 환경은 어때?

by 세얀돌이

할머니는 70이 넘는 연세에도 일을 하셨다. 본인이 벌어서 자식들 걱정 안시키겠다는 마음에서 계속 일을 하셨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조리 보조 업무를 하셨는데 정확히 1년 뒤에 폐암 판정을 받으셔서 쉬엄쉬엄 일 하시다가 더 이상은 일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할머니는 한 순간에 폐암 환자가 되셨다.


최근에는 사업장 관리자 선생님들 대상으로 산업보건 강의를 하는데, 직업병 이야기를 전달 드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급식실을 관리하는 선생님께 조리흄, 연기, 가스 등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폐질환의 위험성을 교육 드리며 할머니가 생각났다. 5년 전에 판정을 받으셨는데 왜 그때는 직업병이라고 생각을 못했을까 싶었다.


그냥 연세 때문에 암에 걸리신거겠지 했다. 기저 질환도 없고 비흡연자인 할머니가 폐암에 걸린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단순한 생각을 가족들과 나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구나. 정확한 진단은 뭘까,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만 궁금할 뿐. 우리는 원인을 궁금 해 한 적이 없었다. 업무를 하고 강의를 하면서 이 일을 하는 나로써 부끄러웠다.


그래서 간혹 의료진들은 질병에 걸린 분들에게 이렇게 여쭤본다.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하는 일은 좀 어떠세요?”

“업무하시는 곳은 어떤 곳이에요?”

원인을 먼저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니까.


올해에도 급식 노동자 200명이 폐암으로 산재 신청을 하셨다. 21년도부터 꾸준히 직업병 산재로 인정 받고 계신다. 급식 노동자 선생님들이 폐암으로 단체 산재 판정 받은지가 약 4년 밖에 안 된 일이다. 본격적으로 21년도 부터였던 것 같다. 관련 기사가 올라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이.


만약 업무하는 공간의 환기 시설이나 폐질환을 일으킬만한 유해한 인자들을 관리하고 조금이라도 점검 했다면, 그 흔한 마스크라도 제대로 착용 드리고 업무를 지도 조언 했다면 이 질환 발생율을 낮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할머니도 튀김요리 업무 하시며 마스크 없이 연기와 분진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일하셨다.


우리나라는 폐암 환자들이 많다. 암 중 1,2,3위를 달리고 있다.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 유전질환으로만 발병되는 것이 아니다. 업무 하는 환경과 충분히 연관 있는 일이다.


할머니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항암 치료와 셀 수 없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신다. 주기적으로 점검을 다니며 치유 중에 있지만 여전히 암과 사투 중이다. 몇 년 전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몇 년간 고생 하신 적이 있고 뇌로 전이가 되서 뇌 수술까지 받으신 적이 있다.


이처럼 질병은 한 번 노출되면 완치 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전에 질병이 생길 만한 유해인자의 노출을 줄이고 정도를 낮추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구축하며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은 사업장에서 반드시 관리해야만 한다.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업무하며 보낸다. 직장에서, 일터에서, 현장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다양한 유해 원인에 노출되고 있다. 분진 이외에도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인자들이 존재하며 심지어는 사회적 유해인자까지 이슈가 되고 있다. 직무스트레스, 과로, 피로, 야간 교대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도 충분히 직업병이 될 수 있다. 그 속에서 일하는 직군들도 관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다는 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안전사고에도 하인리히 법칙이 있지 않나.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29번의 작은 사고를 일으키고 이는 1번의 대형 사고를 발생시키는 1:29:300의 법칙. 질병도 동일한 산업재해의 영역이니 충분히 이 법칙의 논리로 이야기가 가능하다.


질병은 다양한 원인이 누적되어 발현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노출 강도에 따라 한순간 발생 할 수도 있다. 아직 우리가 겪지 않은 것일 뿐. 우리도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한 번 뒤돌아 확인하고 점검하고 의심하고 관심을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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