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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10. 2020

인권 쟁취 역사 ②

미국 인권 운동의 산실, Howard Univ.

2020년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에 당선된 카멜라 해리스(Kamala Harris) 상원의원이 미국 사회의 샛별로 떠올랐다.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성, 유색인, 이민자, 아시아계 마이너리티다. 다문화, 다인종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브랜드다. 그녀는 하워드대 문리대학을 졸업했다. 하워드대 홈페이지에는 프레디릭 총장이 해리스 부통령 당선 축하글을 올렸다. 축하글을 통해 해리스가 대학 1학년 시절 문리대 학생회(Liberal Arts Student Council) 대표로 출마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젊어서부터 유리벽을 깨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1867년 설립된 하워드대는 흑인 전용 대학이다. 워싱턴 DC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미국 연방의회가 승인한 사립대학으로 연방의 지원을 받는다. 흑인대학 평가에서 4위를 차지했다. 19세기만 해도 흑인이 대학에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백인들은 흑인을 열등한 인종으로 취급하고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민권투쟁을 통해 얻어낸 판결이 있다. "공립대학에서 흑인에게 입학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흑인만을 위한 대학을 설립해야 한다." 하워드대는 흑인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하워드대는 미국 민권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 민권운동의 이념적, 철학적 기초를 쌓은 졸업생들이 많다. 최초의 흑인 연방대법원 판사(1967-1991)를 역임한 서굿 마셜은 유명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1954년 Brown 판결을 이끌어냈다.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토리스 모리슨도 이 대학 졸업생이다.


하워드대가 민권운동의 산실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린든 존슨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 1965년 6월 4일 존슨 대통령은 하워드대학 졸업식 연설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통령이 흑인 대학에서 졸업식 연설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 미국 사회는 민권운동, 페미니스트, 반전운동 등 사회적, 문화적으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통령으로서 유색인들에게 국정의 방향과 철학을 설명할 기회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1964년에는 민권법(Civil Rights Act)도 제정하지 않았던가. 존슨의 연설은 흑인의 인권 실태를 인정하고 개선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연설문의 일부다.


"너무나 많은 방식으로 흑인들은 자유를 박탈당하고 증오로 절름발이가 되었으며 희망이라는 기회의 문(the doors of opportunity)도 닫혀 있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원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갈 수 있으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랜 세월 쇠사슬에 묶여 절룩거리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다른 인종과 똑같은 출발선에 거게 한 다음 "당신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완전히 공평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기회의 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민들이 이 문을 통해 걸어갈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것은 민권투쟁을 위한 다음 단계이면서 더 심오한 단계다. 우리는 단순한 자유만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법률적 평등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권리와 이론으로서의 단순한 평등이 아니라 사실로서의 평등과 결과로서의 평등을 추구해야 합니다."


존슨 대통령의 연설은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았다. 흑인들에게 단순히 기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편익과 혜택이 돌아가는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법들을 제정했다. 대학 입학, 금융 지원, 주택 구입, 승진 등의 영역에서 흑인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적극적 차별철폐정책(Affirmative Action)이 대표적이다. 존슨을 미스터 민권(Mr. Civil Rights)으로 부르는 이유다. 이 정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소니야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연방대법원 판사를 비롯한 수많은 흑인들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되면 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연재하고 싶다.


Anderson, T. H. (2004). The pursuit of Fairness: A history of affirmative action. 염철현 역(2006). 차별철폐정책의 기원과 발자취. 한울아카데미.

https://newsroom.howard.edu/newsroom/article/13511/congratulations-joe-biden-and-kamala-harris

https://www.americanrhetoric.com/speeches/PDFFiles/LBJ%20-%20Howard%20University%20Commencemen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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