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吾小利) vs 오대리(吾大利)
권위는 영어로 'authority'. 복수 'authorities’라고 하면 합당한 권위를 가진 (정부) 당국이 된다. 권위주의 또는 권위주의자라고 할 때의 ‘authoritarian’은 억압적, 부정적 가치를 대표하는 인물 또는 제도를 말한다. 그것은 정당한 권위의 뒷받침 없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고려대 정문에서 홍릉 쪽으로 가다 보면 오소리(吾小利) 순대 식당이 있었다. 오소리(吾小利)는 '식당 주인이 이익을 적게 취한다'라는 의미다. 식당 이름에 주인의 경영 철학이 녹아 있다. 음식 맛도 좋고 가격도 적당했다. 가성비가 좋았다. 오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맞다! authority. 우리말로 표현하면 '오소리'티다. 기묘하게도 권위를 나타내는 오소리티와 식당 간판 오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권위란 어떤 사람이 가질 수 있는가? 오소리(吾小利)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다. 상사가 부하보다 적게 이익을 취한다.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보다 이익을 덜 취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익을 적게 취한다. 그러면 그들은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오대리(吾大利)하는 사람도 있다. 부하보다 덜 가진 자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다. 부자로 살면서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올라가고 더 많이 소유할지 몰라도 권위는 바닥일 것이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늘 경계에 있다. 권위주의자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① 인습과 관례, 전통에 얽매여 자신들이 지켜오고 믿어온 것에 전혀 의심을 품지 않고, 오히려 그런 인습을 남에게까지 강요한다. ② 자기보다 힘 있는 사람에게는 복종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업신여긴다. 사회에서든 집단에서든 힘이 있다면 무조건 그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권위를 무조건 따른다. ③ 자기가 믿는 권위를 따르지 않는 사람을 그냥 놔두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지배와 복종, 강자와 약자, 지도자와 복종자로 갈라서 생각한다.
미국 대선이 끝났다. 결과는 바이든의 승리다. 트럼프는 인정도 승복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2006년 당선되었을 때는 상대 후보 힐러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하루 만에 오바마 대통령의 백안관 초청도 받았다. 혐의를 받고 있는 탈세 등에 대해 셀프 사면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눈에 가시 같은 장관과 주요 인사들을 쫓아내고 있다.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지지자들에게 불법선거라고 부추기고 선동한다. 분열과 선동의 대가다. 무슨 일이든 자신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거짓과 위선의 아이콘이다.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지면 인계인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트럼프라는 사람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일흔넷 연배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처신을 하고 있다. 나이를 헛먹었다. 그의 내면을 지배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자기를 따르지 않은 인사들에 대해 보복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한심하고 치사하다. 이런 인사가 대통령 4년을 더 했으면 얼마나 끔찍할까 싶다. 권위주의자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큰 망치를 들고 도자기를 깨는 악동"에 비유한다.
대통령(president)이란 지위 자체는 헌법에 보장된 합법적 권위를 가진다. 문제는 이 합법적 권위를 어떻게 행사하고 관리하느냐다. 아이젠하워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다. 그 영웅이 미국의 대통령(1953-1961)이 되어 행사한 권위를 보자. 하찮은 것에 목숨을 걸고 명예를 잃고 대통령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댈러스 국무장관과 함께 파리의 미국 대사관저에 묵고 있었다. 댈러스 장관의 경호원이 자기 상관을 만나러 방에 들어갔더니 뜻밖에도 잠옷 차림을 한 대통령이 몹시 흥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놈의 댈러스는 어디 있는 거야?” 경호원이 말을 못 한 채 서 있자, 다시 대통령의 호통이 떨어졌다. “제기랄, 댈러스가 어디 있냔 말이야! 꼭 필요할 때면 댈러스도 딜론 대사도 찾을 수가 없단 말이야!” 경호원은 댈러스 장관이 아마도 프랑스 외무부에 가 있는가 보다고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댈러스 장관이나 대사가 없다고 해서 대통령이 이처럼 난리를 피우니 얼마나 중요한 국사가 지연되고 있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거의 히스테리 증세를 일으킨 듯이 방안을 껑충껑충 뛰다시피 하더니 어느 한순간 굳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아무 말도 없었다. 한참을 그러더니, “도대체, 대사는 어디에다 시바스 리갈을 넣어 두지?”하고 묻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그 경호원은 어떤 훌륭한 인물도 존경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자리도 마찬가지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어떻겠는가? 대통령이 '오소리' 하면 '오소리티'가 생기고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나라는 안정되고 시민들은 화합한다. 대통령이 '오대리' 하면 명예는 빛바래고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서로 반목, 질시하고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취하려고 할 것이다.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는 정글의 법칙이다. 유권자가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고, 뽑힌 지도자는 주어진 권위를 잘 행사해야 하는 이유이다. 트럼프 대통령 4년의 미국이 그랬다. 바이든 당선자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