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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23. 2020

메디치 효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만나는 교차점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과 기술자 그리고 문화예술인을 후원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조각가, 과학자, 시인, 철학자, 화가, 건축가 등은 메디치 가문(1400-1748)의 후원을 받았다. 그들은 서로의 강점을 교류, 협력하면서 자신들의 벽을 허물었고,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단테, 보카치오, 페트라르카, 조토, 알베르티, 브루넬레스코, 마사초, 도나텔로, 미켈로초, 우첼로, 베로키오, 보티첼리, 마키아벨리, 갈릴레이 등 무수한 예술가와 사상가, 학자 등을 발굴 및 후원했다. 르네상스라는 인류 문명의 황금기는 수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한 곳에서 만나는 교차점(intersection)에서 만개했다.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 꽃이 핀 것도 우연일까? 작명이 중요하다.)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메디치 효과(The Medici Effect)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이면 아이디어가 만나는 교차점이 생기고, 이들 아이디어는 서로 결합해 예상치 못한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메디치 효과는 메디치 가문에서 따왔다. 


6세기 전 르네상스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대였다. 그들의 창의성과 독창성으로 만들어낸 성취는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 기준이 되었다. 성취의 상당 부분은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메디치 효과는 융복합의 새로운 이름이다. 


현대에도 메디치 효과는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첫째, 통신과 생태계의 결합이다. 모바일폰의 통화 품질은 기지국에 달려있다. 기지국이 많을수록 통신은 원활하다. 통신의 기지국은 개미의 네트워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개미 집단은 먹이나 목표물을 찾을 때 탐색 전문 개미를 보내 가장 빠른 길을 찾게 한다. 탐색 개미는 먹이가 있는 길을 찾으면 강한 페로몬을 풍겨 흔적을 표시한다. 다른 개미들은 그 흔적을 찾아 먼길을 갔다 집으로 돌아온다. 기지국은 개미가 페로몬을 풍긴 자리다.

<통신사 기지국>

둘째, 건축과 생태계의 결합이다. 아프리카 흰개미의 개미탑은 한낮에는 바닥에서 시원하고 축축한 바람을 진흙의 방으로 들여보내고, 밤이 되면 시원한 공기를 꼭대기 밖으로 내보내면서 내부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새로운 통풍구를 꾸준히 만들거나 오래된 구멍을 막으면서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한다. 흰개미의 자연 냉방 원리를 이용하여 짐바브웨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er)와 호주 멜버른 시의회 청사를 지었다. 건물 옥상에 수십 개의 통풍 구멍을 뚫고, 지표 아래도 구멍을 내서 찬 공기를 건물로 끌어들였다. 내부 온도는 24도를 유지하고 다른 건물 에너지 소비량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짐바브웨 이스트게이트 센터>


                                                                  <호주 멜버른 시의회 청사>


셋째, 레바논에서 호주로 이주한 여성인 자네티는 이슬람교의 전통 의상인 부르카와 비키니를 결합한 ‘부르키니’를 만들었다. 부르키니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린 무슬림 여성용 수영복이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의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타났다.

                                                                              <부르키니>


메디치 효과는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와 만나는 교차점에서 일어난다. 대학 강의실, 연구소, 실험실, 창업동아리, 브레인스토밍, 심지어는 일상의 대화에서도 가능하다. 르네상스 시대는 오늘날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지도 과학기술도 발달하지 않았다. 르네상스인들은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연결시켰다. 그 연결의 힘이 중세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게 했다. 현대 사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등 정보 고속도로의 교차점이 많다. 잘 닦아 놓은 교차점에서 기술과 도구와 열린 마음이 결합하면 제2, 3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다. 


Young, G. F. (1933). The Medici. 이길상(2018). 메디치 가문 이야기. 현대지성.

Johansson, Frans (2004). The Medici Effect. 김종식 역(2005). 메디치 효과. 세종서적.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10601/37686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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