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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30. 2020

종교 탄압

프랑스 용기병(龍騎兵)의 박해

프랑스의 앙리 4세는 1598년 '낭트 칙령'을 공포하여 개신교 신자(위그노)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했다. 그의 증손자 루이 14세(1638~1715)는 1685년 '퐁텐블로 칙령'을 공포하여 개신교 신자들을 다시 탄압하고 프랑스를 완전한 가톨릭 국가로 되돌리고자 했다. '하나의 국가, 하나의 종교'라는 미명 아래 벌어진 참사였다. (브런치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 참조)


전 세계적으로 종교 탄압과 박해와 관련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만, 루이 14세 통치 아래 벌어진 종교 탄압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왕의 근위대인 용기병을 개신교 신자의 가톨릭 개종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용기병은 영어로 'dragoon'이라 하는데, 드래건(dragon 龍)이라는 이름의 소총으로 무장하고 말을 탄 데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오늘날 기갑 또는 기계화부대다. 영영사전에서도 '용기병 박해(dragonnade)'를 정의 내리고 있다. 'The persecution of French Huguenots during the reign of Louis XIV by dragoons quartered in their villages and homes.' '루이 14세 통치 아래 개신교 신자의 마을과 집에 주둔한 용기병들에 의한 박해'


용기병은 개신교 신자 집에 주둔하며 가톨릭 개종을 강요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영화 '007' 시리즈 중 '살인면허'가 있는데, 국가에서 비가톨릭신자를 대상으로 살인 허가를 내준 것이었다. 개종하지 않은 개신교 신자들을 살해하거나 부녀자를 강간했다. 임종 시 로마 가톨릭 사제가 기름을 바르며 병이 낫기를 기원하는 종부 성사를 거부한 개신교 신자들의 묘지에서 시체를 꺼내 부관참시를 했다. 종교에는 이웃과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일당 독재자가 종교를 사유화하면 총, 대포보다 더 무섭다.  


개신교 신자들은 끔찍한 공포와 박해를 모면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개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종자들은 형식적으로 개종한 척했을 뿐 자신의 양심과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신앙은 무력 앞에서도 쉽게 굴복하지 않는 법이다. 차라리 생명을 내놓는다. 믿음이란 불가사의한 신념이다. 신앙은 박해를 받을수록 강해지는 속성이 있다. 조선의 천주교 박해에서도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 역사에서 루이 14세는 강력한 절대 왕정으로 유럽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킨 왕으로 기술한다. 그는 4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섭정과 반란의 시기를 거치면서 왕권 강화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또 국가의 통합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국교를 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가 아닌 개신교 신자의 집에 군대를 주둔시켜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종교 재판이나 마녀 사냥보다 훨씬 무자비하고 치졸하다.  


개신교 신자들이 루이 14세의 끔찍한 박해와 탄압을 피해 이웃 나라는 물론 멀리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이주했고, 이 결과가 프랑스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기술했다. 루이 14세는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짐은 이제 죽는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리라.” 볼테르가 버전을 편집하여 "짐은 곧 국가다"로 바꿔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설도 있다. 


사가들은 루이 14세 통치기에 프랑스는 국력이 절정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 외화내빈이다. 백성들은 끊임 없는 전쟁에 따른 부역과 세금으로 시달렸다. 야만과 광기의 시대였다. 19세기 액턴경의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라는 경구에 절대적으로 부합한 왕이었다. 낭트 칙령을 반포하여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한 앙리 4세가 남긴 말이다. " 우리는 모두 프랑스인이며 같은 조국의 동포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을 격분시키는 냉혹하고 잔인한 감정을 버리고 이성과 온정으로 화해해야 한다." 군주가 한 당파, 한 종파의 왕이 되기로 결심하게 되면 광기의 역사로 치닫게 된다.  


<용기병의 박해를 재연한 당시의 판화>


Maurois, A. (1958). Historie de la France. 신용석 역(2017). 프랑스사. 김영사.

https://ko.wikipedia.org/wiki/%EB%A3%A8%EC%9D%B4_14%EC%84%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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