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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Dec 11. 2020

부러운 사제(師弟) ①

공자와 맹자

사람은 홀로 성장할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유무형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성장해나간다. 동물과 다른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다. 스승이란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존재다. 한자 사람인(人)의 모양도 서로가 등을 기대고 있는 모양이다.


이 세상에는 부러운 스승과 제자의 사제 관계가 많다. 부러운 사제의 첫 모델로 공자와 맹자를 손꼽는데 망설임이 없다. 공자와 맹자의 첫 글자를 따 공맹(孔孟)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공자 역시 맹자의 얼굴을 알지 모르고 제자로 맞이한 적도 없지만 싫지 않을 것이다.


공자(B.C. 551 ~ B.C. 479)는 유교 원리를 창시한 사상가, 정치가이지만 무엇보다 위대한 교육자이다. 공자만큼 인간의 본질과 본성에 대해 깊이 연구한 인물도 드물다. 그는 유교 원리에 따라 이 세상을 바로잡고 사람들을 교화시키려고 노력했다. 공자는 예수, 석가모니와 함께 세계 3대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공자는 수천의 문하생이 있었다. 그들은 공자 생전에는 학문을 논하고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공자 사후에는 스승의 유업을 계승하여 학문에 정진하는가 하면 현실 정치에 참여했다. 자칭 제자 맹자는 특이한 케이스이다. 스승 공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사숙했지만 그의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생을 바쳤다.


맹자(BC 372년 추정 ~ BC 289년 추정)는 공자 사후 107년 만에 태어났다. 공자 사후에 유교는 침체를 겪었다. 춘추전국시대였다.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던 시대다. 춘추전국시대는 주나라가 수도를 낙양으로 천도한 기원전 770년에서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를 말한다. 고대 중국의 변혁기였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구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는 한, 위, 조나라가 진나라를 삼분해서 독립한 기원전 403년을 경계로 한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구분은 공자가 '춘추'라는 사기를 통해 역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공자는 춘추시대 사람이고 맹자는 전국시대의 사람이다.


공자와 맹자는 1세기가 넘는 시차가 있다. 스승에게 직접 배우지 않고 스승의 사상과 학문을 흠모했다. 사숙(私淑). 공자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공자를 본(本)으로 삼고 배우면서 그의 사상을 실천하고 발전시켰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 공급(자는 子思, 중용 집필) 계열의 유가 문파에서 체계적인 유가 교육을 받았다. 공자가 창시한 유가 학파의 계승자로 자부해도 문제없다.


맹자는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스승 공자의 사상과 업적에 흠집을 내려는 논객들에게는 싸움닭이었다. 공자 생전에는 유가와 노가가 주류 사상이었다면 사후에는 제자백가의 백가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180종의 제자백가들이 난무했다. 세상은 그만큼 혼란, 혼탁했다. 유가의 사상이 검증대에 올랐고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숱한 공격을 막아낸 사람이 맹자였다. 대표적인 상대 논객은 묵가와 양주였다. 묵가는 유교에서 파생했고, 양주는 노가에서 파생되었다. 맹자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유교는 그저 하나의 주장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맹자는 스승 공자의 사상과 학문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유가를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제자백가들과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 사단칠정(四端七情),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유교의 핵심적인 어젠다가 되었다. 맹자의 어젠다는 유교가 현실과 괴리된 이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잠재웠다. 특히 무항산 무항심은 유교적 자본주의 이론적 뿌리가 되었다. 맹자는 2300여 년 전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을 꿰뚫어보았다. 막스 베버가 기독교 윤리와 자본주의를 조합하여 서구 자본주의를 꽃피운 사상적 씨앗을 뿌렸지만 맹자의 사상은 이보다 훨씬 앞섰다.


유학의 핵심 원리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자기 수양이 먼저이다. '수기치인'이 새(鳥)라면 공자의 제자들은 이 새에 양 날개를 달았다. 맹자는 '수기'의 날개를 달았고, '순자'는 '치기'의 날개를 달았다. 청출어람이다. 양 날개를 단 유가는 동양의 중심 사상이 되었다. 스승과 제자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는 경우도 있다. 제자가 스승의 이론을 발전시켜 큰 명성을 얻는 경우도 있다. 공자와 맹자가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생각을 해본다. 공자와 같은 스승, 맹자와 같은 제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스승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1898~1971)의 산문집 '섬(les Îîles)'에 바친 헌사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이 장기간에 걸친 교류는 예속이나 복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가장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모방을 야기한다. … 인간의 역사는 다행히도 증오 못지않게 찬미의 바탕 위에도 건설되는 것이다." 맹자는 공자를 정신적인 차원에서 모방했고 그의 일생을 스승을 찬미하고 닮아가면서 스승의 이론을 진일보시키는 데 바쳤다. 부러운 사제간이다. "사람이 생겨난 이내로 공자만큼 위대한 분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직 하나, 공자를 본받는 것이다."


[허연의 책과 지성] 장 그르니에 (1898~1971) - 매일경제 (mk.co.kr)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권력의 칼집에 권력을 넣어둘 수 있는 역량이 권위 낳는다 - 중앙일보 (joins.com)
송호성(2020). 독서의 위안. 화인북스.

최인호(2012). 소설 맹자.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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