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철현 Dec 19. 2020

인권 쟁취 역사 ⑨

미국 연방대법원의 아미스타드 판결

1839년 6월 27일 스페인 국적 노예무역선 아미스타드호(The Amistad)가 53명의 아프리카 노예를 선적(당시 노예는 '화물' 취급함)하고 쿠바 하바나 항을 떠났다. 노예들은 이른 봄 서아프리카 해안 시에라리온의 노예 수용소로 납치되었고, 대서양 건너 쿠바에 도착하여 스페인 노예 상인 2명에게 팔렸다. 출항 5일 후 노예들은 선상 반란을 일으켜 백인 노예 상인 2명을 제외한 선장과 선원들을 죽였다. 노예들은 항해 기술이 없었다. 그들은 살려둔 백인 2명에게 키를 맡겨 아프리카로 향하도록 했다. 항해 중 미국 코네티컷 주 롱아일랜드 해안에서 미 해군에 체포되어 연방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노예 상인 루이즈와 몬테즈는 노예들이 그들의 재산(property)이라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요구했다. 연방검사는 아프리카 야만인들을 살인죄로 처벌할 것을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는 조약을 근거로 '화물'의 인도를 요구했다. 노예들은 아프리카 출신으로 불법적으로 강제 나치되었다고 주장했다. 코네티컷의 연방 지방법원은 노예들은 자유이며 아프리카로 송환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미국-스페인 간의 조약에 따라 노예들을 스페인의 재산으로 인정하고 송환 주장했던 미국의  밴 뷰런 정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연방 대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골치 아픈 외교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미국 정부 사법부의 소송전이 되었고 정부는 은근히 사법부를 압박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노예들은 선원들의 재산인가? 미국 사법부의 최고 법원인 연방대법원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스페인의 법률도 노예무역과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노예를 납치하고 운반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아프리카인들의 생명과 자유의 권리는 미국과 스페인 간에 맺어진 재산권 보호 조약의 의무보다 우위에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자유인으로 태어났으므로 자유인의 권리가 있고, 따라서 노예 상인들의 재산이 될 수 없다."(The Amistad v. US, 40 U.S. 518 (184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만든 '아미스타드(1997년 작품)'의 팩트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만만치 않은 과정을 겪었다. 대법원의 대법관 9명 중 7명이 남부 출신이었는데 이들도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매매를 금지하는 국가는 늘고 있었지만, 여전히 불법적인 거래가 성행했다. 노예 거래는 고위험 고수익 무역이었다. 미국의 경우 1794년 노예 매매 금지했고, 1808년에는 노예 수입금지법을 제정했다. 남부의 경우 노예는 경제활동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고 농장주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재산이라는 점에서 남과 북의 이해관계는  차이가 있었다.


노예들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는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1767~1848 임기 1825~1829)이었다. 미국 역사에서 첫 번째 부자(父子) 대통령이었다. 아버지는 2대 대통령 존 아담스이고 자신은 6대 대통령을 지냈다. 41대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43대 아들 부시 대통령은 두 번째 부자 대통령이다. 애스는 노예제 폐지에 대한 신념이 강해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노예들에게는 행운이었다. 법률가 출신에 대통령을 지낸 74세 고령 애덤스 변호사의 요지는 단순하고 명료했다. "노예도 인간이고 인간은 상품이 아니다."


아미스타드 사건은 심각한 국론 분열을 야기했다. 20년 뒤 결국 남북전쟁(1861-1865)이 터졌다. 미국 사법부는 행정부의 압박에도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역할을 해냈다. 미국 사법부는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로  사익과 국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제국주의  팽창하던 시기에, 아프리카인을 교환과 거래가 가능한 화물이나 재산으로 낙인찍었던 인간의 반인륜적이고 비인간적인 탐욕에 쐐기를 박았다. 사법부가 세속 권력의 개입과 간섭에서 독립이 필요한 이유이다. 판사가 소신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하는 역사적 교훈을 보여준다. 그래야 인권이 신장되고 인간이 인격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온다.    



US  v. The Amistad, 40 U.S. (15 Pet.) 518 (184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아미스타드'(1997년작)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000405/7522972/1

https://news.joins.com/article/3670847

작가의 이전글 부러운 사제(師弟) ④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