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철현 Sep 23. 2020

열대학 연구

인류사와 자연사의 접목

이종찬 박사는 의대 교수다. 그의 두 권의 저서, 홈볼트 세계사(2020)와 열대의 서구, 조선의 열대(2016)는 열대의 기온처럼 강렬했다. 그의 저서를 꿰뚫고 있는 핵심은 이렇다. 인간은 열대에서 생산되는 식물, 동물, 광물을 토대로 현대 문명을 이루어냈지만, 열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연사를 은폐, 침묵, 배제하면서 인류사 중심에 치우쳐 있다. 서구 중심적 자원과 생태 환경의 관점에서 열대를 해석하다 보니 열대 자연사를 타자화했다. 실컷 열대를 이용, 착취, 억압한 뒤 효용 가치가 떨어지니 무관심하게 되었다. 토사구팽의 전형이다.    

 

열대는 남태평양, 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을 통틀어 말한다. 열대학은 지역학이 아니다. 콜럼버스 이후의 인류사와 자연사를 융합적으로 탐구한다. 열대학의 인류사에는 역사사회학, 생태인류학, 생물지리학, 역사지리학, 열대의학, 역사인류학 등이 포함되고, 열대학의 자연사에는 역사지질학, 식물학, 고생물학, 동물학, 고고인류학, 광물학, 민속학, 선사학 등을 포함한다. 융합적 열대학이다. 열대학은 서구 중심의 근대를 넘어 인류사와 자연사의 융합적 지평을 추구한다.     


열대학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학문 체계이지만 융합적 사고를 기초로 한다. 서구 중심의 학문과 사유 세계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열대학은 생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 서구 자본주의 국가는 열대에서 나는 식물, 동물, 광물을 채취, 가공, 상품화하여 근대화의 기초를 이루었다. 열대는 서구에게 무엇을 의미했을까? 식민화를 통한 착취의 대상, 원료 보급지, 아니면 그리스도교화를 위한 전도 지역. 서구 근대화의 동력은 열대 해양무역, 열대 해양력과 군사력, 열대 자연사 및 생물 지리적 탐험에서 비롯되었다. 경제 선진국의 연대 기구인 OECD 회원치고 열대를 정복 또는 지배하지 않은 국가는 드물다. 일본만 해도 20세기 들어 버마, 필리핀 등 동아시아 열대 지역을 점령했다. 한국은 열대에서 나는 원료를 수입은 해도 열대 지역에서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저자는 서구 중심의 인류사 혁명에서 열대 중심의 자연사 혁명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오늘날 대학은 융합 학문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열대학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