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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17. 2020

인권 쟁취 역사 ⑥

불가촉천민 암베드카르(B. M. Ambedkar 1891-1956)

인도 사회는 두 개의 축으로 운영된다. 종교적으로 힌두교와 사회계급으로 카스트다. 힌두교의 기본 골격은 사성제(四姓制)다. 사성제의 기원은 BC 1,500년 경으로 거슬러간다. 인도를 침입한 아리안족의 경전 <리그베다>에 따르면, 브라만 계급은 브라마의 입에서, 크샤트리야 계급은 그 팔에서, 바이샤 계급은 그 넙적 다리에서, 수드라 계급은 그 발에서 나왔다. 힌두교리가 지배하는 인도 사회는 계급 간의 엄격한 계층적 불평등을 사회적 통제의 원칙으로 삼았다.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Untouchable)은 사성의 카스트 족보에 없는 집단이다. 이는 산스크리트어 찬달라(Chandala)를 번역한 한자어다. 찬달라는 '부정 타는 자', '닿으면 안 되는 미천한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힌디어로는 암베드카르가 고안한 달리트(dalit 억압받는 자) 혹은 간디가 제안한 하리잔(harijan 신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이는 사회정의, 인권 운동 및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edness) 차원에서 차별을 줄이고자 만들어진 조어다. 법률적으로는 '등록 카스트' 또는 '지정 카스트(Scheduled Caste, SCs)'라고 부른다.


사성의 맨 마지막 계층인 수드라조차 불가촉천민을 부정 탄다는 이유로 보거나 접근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들의 그림자조차도 부정되었다. 불가촉천민의 자녀들은 학교도 갈 수 없었고, 심지어 저수지 같은 공공시설의 이용조차 금지되었다. 평생 노예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신들이 남긴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허리춤에 빗자루를 달고 다녀야 한다. 이 세상에 이런 대우를 받는 계급이 있을까 싶다. '신의 아들'이 아니라 '신이 버린 사람들'이다. 2011년 인구조사 기준 달리트는 총 2억 4백만 명으로 인도 전체 인구(12억)의 16%에 달해 인도에서 가장 큰 소수자에 속한다.


인도의 인권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암베드카르도 불가촉천민 출신이었다. 그는 근면과 재능에 운이 따라 후원자를 만났고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존 듀이(John Dewey)가 그의 은사다. 불가촉천민으로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는 귀국하여 19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후 헌법기초위원장과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일했다. 인도 공화국의 초석을 놓는데 큰 기여를 했다. 헌법 초안 작성자는 불가촉천민 출신 암베드카르였다. 헌법의 첫 번째 조항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종교, 인종, 카스트, 성별, 출생지를 이유로 그 어떤 시민도 차별할 수 없다.'


암베드카르는 불가촉천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앞장섰다. 인도에서 마하트마 간디를 상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몇 안 되는 사람이다. 그는 불가촉천민을 대표했다. 영국은 1930년 런던에서 열린 '인도 원탁회의'에서 불가촉천민을 독립된 소수집단으로 인정하면서 암베드카르를 불가촉천민의 유일한 지도자로 확인했다. 불가촉천민은 독자적인 분리 선거권을 부여받았다. 


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했다. 영국의 결정에 간디와 의회당이 결사반대했다. 힌두교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의 분리 선거권을 반대했다. 간디와 암베드카르는 대립하였고 1932년 푸나 협정을 체결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카스트를 옹호하는 간디와 추종자들은 다수의 힘으로 협정 체결에 압력을 가했다. 불가촉천민에게 분리 선거권을 부여하는 대신 인구 비례에 따라 의회 의석을 할당하였다. 1942년에야 인도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공직의 8.5%를 불가촉천민에게 할당하였다. 


암베드카르는 인도 독립보다 신분제도 폐지와 인권을 우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여, 카스트를 유지하고 분리선거를 인정하지 않은 국민회의 간디와 많은 충돌을 빚었다. 암베드카르는 간디주의를 반대하였다. 간디는 암베드카르를 '힌두교에 대한 도전자'로 불렀다. 


"간디주의는 관념적인 계급 차별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별화된 계급 구조를 주장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상류층과 하류층,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를 항구적인 사회 구조의 일부로 본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이보 다 더 유해한 생각은 없다. 간디주의에서는 계층 구조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공식적인 교리로 자리 잡고 있다." 


불가촉천민으로서 암베드카르는 힌두교와 카스트에 대해 남긴 어록이다.


 "불가촉천민들에게는 힌두교가 합법적인 공포의 연옥이다. '카스트'라는 철칙, '카르마'라는 냉혹한 법, 그리고 태생에 따라 신분을 결정하는 몰지각한 신분법- 모든 것들이 힌두교가 불가촉천민들을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합법적인 고문 도구들입니다." 


1956년 암베드카르는 불교로 개종했다. 그를 현대 인도불교의 개척자로 부른다. 불가촉천민의 가슴속에는 ‘바바사헤브(아버지 같은 스승이라는 뜻)' 암베드카르가 있다. 암베드카르는 평생 차별에 맞서 투쟁한 위대한 행동가요 인권 수호자였다. 인도 헌법은 카스트를 폐지했다. 법보다 사회적 관습이 더 무서운 법이다. 오늘날 인도는 특히 농촌을 중심으로 악명 높은 카스트 제도가 통용된다.  

 

Jadhav. Narendra (2002). Untouchables. 강수정 역(2007). 신도 버린 아이들. 김영사.

Ahir. D. C. (1990). The legacy of Dr. Ambedkar. 이명권 역(2005). 암베드카르. 에피스테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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