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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철현 Nov 16. 2020

인권 쟁취 역사 ⑤

자유언론운동(Free Speech Movement)

60년대는 유럽, 아시아, 미주 지역 학생운동의 절정기였다. 독재, 불평등, 빈곤, 차별, 반전(反戰), 민권 등 다양한 이슈들이 대학생들의 행동을 촉진시켰다. 이 행동은 사회 변혁으로 이어졌고 인권 신장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61년 4.19 혁명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냈다. 


60년대 미국 대학은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했다. 2차 세계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대학생들이 늘어났고 대학에서도 학생 수용에 필요한 강의실, 실험실, 연구실 건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했다. 대학들이 멀티캠퍼스로 변모하면서 대규모 강좌가 개설되고 대학 행정은 점차 관료화(bureaucracy)되어 갔다. 대학이 위계질서와 매뉴얼화를 강조하면서 되면서 경직되었다. 질 관리(quality management)에 실패했다.


대학생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대학이 대형화, 매뉴얼화되어가면서 마치 물건을 찍어내는 지식 공장(knowledge factory)으로 변했다. 둘째, 대학 당국에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려고 했다. 소통 부재다. 대학은 더 이상 교육의 마당이 아니라 군대 훈련소로 변해 버렸고, 표준화되고 조직화된 통제를 행하는 공장처럼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존재로 대하였다.   


1964년 12월 2일 UC(Berkeley)에서 학생들의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버클리 학생운동의 단초는 대학 당국이 학내에서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을 제정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 조치에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고 학생들의 항의는 점차 확대되어 대학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로 번져나갔다.  교수들도 학생과 함께 했다. 이른바 ‘자유언론운동(Free Speech Movement)’이다. 아래의 인용 글은 학생운동 지도부의 일원으로 철학과 3학년이었던 마리오 새비오(Mario Savio 1946-1996)가 연좌 시위에서 연설한 “기어에 우리 몸을 올려놓고(Bodies upon the gears)”의 일부다.   

  

만약 대학이 하나의 기업이고 대학 이사회가 회사의 이사회이며 커 총장(Clark Kerr)이 사실상의 경영자라고 한다면교직원들은 종업원이 되며 우리 학생들은 생산 원료가 된다그러나 우리는 아무 생산물이나 만들 수 있는 원료가 아니다또한 대학의 일부 고객들에게 팔리는 것으로 끝나는 원료도 아니다우리는 인간이다기계의 작동이 너무나 메스꺼워지고 여러분의 속을 뒤집어 놓아 더는 생산에 참여할 수 없고 묵묵히 참가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때가 있다그럴 때에는 기어와 바퀴손잡이그리고 모든 장치 위에 우리의 몸을 올려놓아 기계의 작동을 중단시켜야만 할 것이다.      


관료들은 어떤 합법적인 목표에 대한 도구즉 수단으로 시작해서 자기들의 존재를 유리하게 하는 것으로 끝났다관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실제로 역사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금 미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그리고 우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 규격화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언론운동은 60, 70년대 미국 사회변혁의 주류를 형성했던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의 원동력이 되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반전운동과 히피 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버클리는 60년대 학생  자치 운동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자유언론운동은 대학의 현 체계는 너무도 인위적이고 위선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무엇보다 대학의 관료제에 저항하였다. 대학의 관료제가 빚어내는 ‘지식의 비인도성’, ‘과도한 전문화’, ‘지식의 어용화’와 같은 병폐를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미국 대학의 학문의 자유(Academic Freedom), 민주적인 의사결정체제, 대학의 역동성 등은 학생운동이 남긴 소중한 유산이다. 대학생들은 “본질적으로 대학의 사명은 문화의 보존과 이해, 사실상 문화에 대한 계속적인 해석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학의 사명은 지식의 양상과 전달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지성의 전당, 대학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학에도 지식의 비인도성, 과도한 전문화, 지식의 어용화와 같은 병폐가 있을 수 있다. 대학 당국도 학생과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해야 한다. 양적으로 팽창한 대학이 학생을 생산 원료로 삼아 제품을 찍어내는 지식공장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학생들이 대학의 과도한 관료제에 막혀 불통은 되지 않나 살펴봐야 한다. 버클리 자유언론운동은 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학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마리오 새비오>


안효상(2007). “1960년대 미국의 새로운 세대 형성과 학생 운동”. 인문논총 제58집. p. 46.

이구한(1997). 이야기 미국사. 청아출판사. p. 472.

Commager, H. S. (1971, 1973). Documents o American History & Hammond, H. E. (1965). We hold these truths: A documentary history of United States. 미국사 연구회 역(1992). 미국 역사의 기본 사료. 소나무. p. 359.

e university: An owner’s manual. 이형행 역(1996). 대학갈등과 선택. 삼성경제연구소.

https://kr.usembassy.gov

https://berkeleyopinion.com/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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