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학기 4주차_‘공부, 비우는 지혜를 배우는 것'
어제, 오늘 연달아 성북구 소재 ‘길상사’에 피어있는 영춘화(迎春花)를 보고 왔습니다. 일주일 전에도 보았지만 두 번을 연달아 보는 발품을 팔았으니 영춘화 팬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실제는 길상사의 팬입니다. 영춘화는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개나리가 네 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 반면, 영춘화는 여섯 개의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춘화는 글자 그대로 ‘봄을 맞이하는 꽃’입니다. 담장 아래로 늘어뜨린 노란 꽃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평안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길상사에는 무소유 철학을 실천한 법정(法頂) 스님의 영정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철저히 자신을 비우는 삶을 실천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왜 힘든 학습여행을 하고 계십니까? 공부란 결코 쉽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배움은 지혜롭게 비우는 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우지 못하면 절대 채울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가 아닐까요? 저에게 길상사는 사찰의 의미도 있지만 내려놓으면 올라가고, 비우면 오히려 채워진다는 단순한 이치를 깨닫는 시공간입니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이사할 때 보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이사할 때마다 옮기는 물건이 있습니다. 버리기도 아깝고 사용할 수도 없는 계륵(鷄肋)과 같은 물건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나친 음식 섭취는 비만을 부르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으로 이어집니다. 소아비만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개인의 건강 악화에 따른 치료 비용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고 하니 건강 관리만 잘해도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정의 무소유 철학을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여러분의 공부가 비우고 버리는 지혜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