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반포대교를 건너서 강변북로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탁 트이며 마음에 툭,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짙은 남색이 어스름 깔린 하늘에, 하늘 빛을 품은 한강물빛에, 그리고 반짝 가로등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이런 세상이 있는 걸 모르고 왜 그리도 좁디 좁은 삶을 살았던가 후회스러우면서도, ‘좁고 깊게 산 그 시간이 날 키웠지’ 생각으로 그 시간을 후회하는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 절대 넘지 못할 것 같던 높은 벽을 한 발짝 넘어선 스스로가 대견하면서도,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다단하다.
스무살 중반부터 서른살 중반까지 공방과 집만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칠년전의 일.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다니던 나에게 어머니가 제안하셨다. 아버지의 나전칠기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그 길이 길고 긴 터널이 될 줄 모르고, 그리 어려운 길 인줄 모르고 물색없이 시작했다. 새로운 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만이 가득했던 시작이었다. 첫해,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나전칠기의 과정들을 실수해가며 익혔다. 깨먹고, 떼우고, 깨먹고 다시 떼우던 시간들. 기물 하나를 두고 일년의 시간을 씨름하며 보냈다.
그리고 이듬해 부터는 길게는 16시간씩, 적게는 10시간씩 작업실에서 시간을 녹여냈다.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동시에 그 기회를 견뎌내는 인내와 불안감도 함께 왔다. 긴 이야기를 짧게 이야기 해보자면 매일을 하루같이 그렇게 10년이 지나갔다.
매일 한방울씩 마음에 눈물을 머금었더니, 10년치 만큼의 눈물이 마음에 찰랑찰랑 차서 인생직업인줄 알았던 나전칠기는 지금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