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초보 운전자의 운전기

싱숭생숭하던 여름밤,

일을 끝내 놓고 어쩐지 쓸쓸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반포대교 드라이빙을 선택했다. 

나의 마음을 뒤 흔들던 그 광경이 보고 싶어서 무작정 향했다. 

그 곳 까지 향하는 올림픽 대교의 여정도 물론 즐거웠지만,  그래도 그것은 스쳐가는 주변의 것일 뿐 .

두근대는 마음으로 반포대교를 오르고, 그 광경을 향해 꺾기 직전 1Km.

이상하게 막혔다.

그 길은 그 정도로 막히는 길이 아닐텐데. 

서 있다시피 기다리며 자벌레처럼 움찔움찔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중간쯤이나 도착했나.. 나의 조바심이 슬몃 올라오던 그 때, 왼쪽에서 깜빡거리는 옆 차의 오른쪽 눈!

여느 때 같으면 너른 마음으로 양보를 했을테지만, 그 순간 나의 마음의 여유는 내 범퍼와 앞차의 범퍼만큼 뿐이었다. 

초보 운전자이기에,  안전거리는 필사적으로 사수하는 편이지만, 그때만큼은 앞 범퍼에 닿을것처럼 바짝바짝 붙어 한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마음을 보여줬다. 

일단 괘씸했던 맘이 컸던 것 같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과 시간 일랑 내 알바 아니다 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싶은 만큼 꾹꾹 눌러담아 내 맹꽁이의 앞 코를 앞차의 꽁무니에 갖다 대었다. 

그 정도의 거리를 지키려니, 자연스레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게 되고,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아, 사실, 차 안에서 진땀 꽤나 흘렸다. 

복수에는 나의 노력과 에너지도 태워야 한다.

그냥 포기하고 양보할까 했지만, 600미터간 쌓아온 나의 조바심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들리지 않는 옆 차와의 아우성 끝에 내 앞자리는 사수 되었다. 

그렇게 슬금슬금  100 미터쯤 더 가니, 번쩍 거리는 옆으로 가라는 화살표 표지판을 단 작업차량이 눈에 띄었다. 

비양심을 무찌르겠다는 나의 작은 싸움은 결국 무의미한 것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내 앞이 아니고는 갈 수 없던 그 차는 나의 치사스런 방어 때문에 진땀 흘렸을 것이다. 

내 인스타 소개글엔 이렇게 써 있다. 

각자의 사정  

아니,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나에게 있는 속내를 누군가는 좀 알아줘 라는 간곡한 마음으로 썼던 것 같은데, 어제, 그 시간의 나는 그 사람의 사정일랑 한치도 관심이 없었구나. 도로 위에 양심없는 운전자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을테니,

친절하자.

베풀자.

이해하자.

나의 옹졸한 마음의 반성을 해본다.

그날의 나를 용서하길, 그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