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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하기 May 14. 2024

마음에도 면역력이 필요하다


'어라? 알람도 안 맞춰놨는데 이 시간에 일어났다고?'






나에게 화해를 신청하고 현실 상황에서 나타난 첫번째 변화는 아침 기상이었다.

일이 없을 때면 늘 동트는 걸 보고 잠들어 정오가 되어야 겨우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다.

어려서부터 가족들이 '잠만보'라 부를 정도로 나는 잠이 많았다. 

특히 아침잠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새벽 일정이 있는 날이면 알람을 열두개도 더 맞춰놓고도 불안해서 뜬눈으로 지새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알람 없이도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지기 시작했다. 

일찍 잠자리에 든 날이면 알람보다 10분 정도 먼저 눈을 뜨기도 했다.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알람소리에 더는 밍기적 거리고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일정이 없는 날에는 '조금만 더...'를 속삭이며 2~30분씩 밍기적 거리다 일어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이 없는 날에도 일찍 일어나 일기를 쓰고 운동을 가는 내가 신기했다. 

그래서 더 신이난지도 모르겠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예전부터 신남이 과해지면 꼭 실수를 하곤 했다.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아침기상과 운동 루틴이 자리를 잡아갈 무렵, 

슬며시 '오늘 하루 쯤은...어때?' 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아니야!!!' 고개를 내저어 봤지만, 본가에 다녀온 날이나 힘든 일정을 보낸 날에는 이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한번씩 이런 두 갈래 혹은 세 갈래 마음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 때가 있다. 

그럴때면 아직 혼란스럽다. 

어떤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인걸까?

아니, 어떤 마음을 선택해야 내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몇달간 애써 습관으로 잡아놨던 아침 루틴이 깨지던 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책망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참에 그냥 쉬자, 하지 말자 싶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도 모르게 하나둘 루틴이 다시 시작됨을 알았다. 


귀찮다가도 막상 운동을 다녀오면 상쾌해 진다. 

하지말까하가도 막상 책을 읽고나면 의욕이 샘솟곤 한다. 

부담스럽다가도 막상 명상을 하고 나면 편안해 진다. 


점점 이 상쾌함과 편안함, 의욕이 좋아서 운동을 가고 독서를 하고 명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나를 좋은 환경,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마음이 지친 날에 버틸 수 있는 면역력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다는 말이 있다.

비를 쫄딱 맞은 날이라도 누구는 감기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때는 감기에 걸리지만 또 어떤때는 걸리지 않는다. 

감기 걸릴 행동이나 사람 자체가 원인이라기 보다 면역력에 따라 감기에 걸리고 안 걸리고가 결정되는 것 같다. 


마음도 감기에 걸린다. 

잘걸리는 사람도 있고 잘걸리는 때도 있다. 반대도 있다. 마음에도 면역력이 필요하는 생각이 든다. 


으슬으슬 떨리거나 목이 따끔따끔 거리면 흔히들 '어? 감기기운인가? 좀 쉬어야 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약을 챙겨 먹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게 된다. 


나와 화해를 하면서 마음도 이런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심란해 지기도 하고, 표정이나 말투에 여유가 없어지기도 한다. 

이를 자각하지 못하면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혹은 일을 진행할 때 자꾸만 어긋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원하는 것과 반대로 흘러가는 상황,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억까는 것 같은 기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를 것 같은 혼란스러움, 가슴 속에 울렁임이 커지기도 한다. 


이런 신호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다음은 몸에 신호가 오는 것 같다.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해 지거나 혹은 소화가 안되거나 잠이 쏟아지거나 잠이 오질 않거나 등등


그래서 몸이든 마음이든 신호를 보내올 때 우리는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 신호에 맞춰 대응을 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리가 쌓이고 면역력을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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