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화해를 시작하고 생긴 변화들
'가지말까? 귀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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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오면 이렇게 개운한 걸, 왜 가기 전엔 그렇게도 귀찮은걸까?'
처음에는 집에서 스트레칭을 했었다.
뻣뻣한 몸을 의식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간단한 요가 동작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5분이든 30분이든 그날그날 그냥 했다.
하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왜 사람들은 뛰는걸까?'
생각이 많을 때는 뛴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해가지 않았다.
헬스장을 찾아보고 필라테스센터를 찾아보았다.
뭔가 내키질 않았다.
집에서 약 1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공원.
동네 공원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이다.
작지만 언덕도 있고 나무도 많은 곳이다.
어느날 가보기로 했다.
이 동네에 살기 시작한지 10여년이 되도록 제대로 가 본적이 없었다는 것이 억울해 질만큼 좋은 곳이었다.
언덕을 포함해 천천히 걸어봤다.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해 봤다.
가족들과 반려견과 공원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가끔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을 볼 때도 있다.
근처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앞치마도 벗지 않은 채 공원에 마련된 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고 계셨다.
처음엔 어색했다.
공원까지 걸어가는 것 자체도 어색했다.
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더 어색했다.
처음에는 걷기만 하던 공원 산책이 가벼운 조깅으로 바뀌고 단단해진 종아리를 풀어주려던 스트레칭은 기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한번 사용해 보니 어색함은 금새 사라지게 되었다.
공원까지 1km를 걸어가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둘레길을 따라 두어바퀴 조깅을 한다.
마련되어 있는 기구들을 사용해 팔운동과 다리운동, 윗몸일으키기까지 하고 난 뒤 언덕을 오른다.
중간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잠깐의 명상을 해 보기도 한다.
출장길에 기차를 놓칠까봐 뛰고 난 뒤 숨이 가쁘고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불편했었는데,
운동하고 난 뒤의 가쁜 숨과 빠른 심장박동은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자신이 대견해 지기도 하고, 귀찮다며 잡고 있던 이불 자락을 뿌리치고 나왔다는 사실에 묘한 성취감도 느껴진다.
공원을 가면 흙냄새와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공기에 묻어 있는 송진 냄새가 싱그럽기도 하다.
가끔은 길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까치가 코앞에 와서 나를 구경하다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산책하던 자그마한 강아지가 달려들어 반기기도 하고, 처음보는 어르신이 미소띤 얼굴로 아는체를 해 주시기도 한다.
그 어떤 계산도 되지 않은 친절과 편안함이 가득하다.
들뜨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기분에 못이겨 어느 날엔가는 공원을 청소해 주시는 분께 소리내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깨끗하게 관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얼떨떨해 하시면서도 이내 웃으시며 고맙다 하시는 모습에 가슴 한 켠이 간질간질해 온다.
아이들 웃음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 흙이 밟히는 소리, 낡은 기구들의 삐걱거림, 지저귀는 새 소리,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
눈을 감고 가만히 이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마음을 누르고 있던 것들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 진다.
'그래, 해 보자.'
힘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귀찮게 운동가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과 이 평화로움을 놓친다는 아쉬움이 마음 속에서 공존한다. 그러다 날이 개면 반갑게 운동복을 챙겨입고 나가게 된다.
음악소리 가득한 헬스장보다 나는 한동안 공원에서의 운동을 좋아할 것 같다.
여유로움과 평화로움, 생기넘침과 활기참이 넘치는 공원에서의 산책도 운동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