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현하기 May 28. 2024

결단은 빠르게, 결정은 느리게

나를 믿는 방법



"성공한 사람들은 결단은 빠르게하고, 결정은 느리게 합니다"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성공학의 대가라고 불리는 저자의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실익을 따지거나 리스크를 검토해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시작하기로 결단을 내리는 것은 느릴 수밖에 없고, 일을 진행하다 필요하다면 결정을 바꿀 수도 있는 거 아니던가? 


내가 하는 일은 현장에서의 돌발상황이 많은 편이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기계가 하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 

늘 사용하던 홈페이지 로그인이 갑자기 안되기도 하고, 바로 앞 사람까지 잘 작동되던 기계가 내 차례에서 먹통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은 나에게 순간대처방법들을 배우게 했다. 

돌발상황에 잘 대처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주변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평가해 줬다. 


그런데 결정을 느리게 하라니.

이건 무슨 말인가 말이다. 




며칠의 시간이 지나 해당 구절을 다시 읽을 일이 생겼다. 

여전히 나는 "결단은 느리게, 결정은 빠르게"에 마음이 더 기울어져 있었다. 

함께 책을 읽던 이들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한 소감을 나누던 중,


"뭔가를 시작할 때 생각이 많다보니 시작자체를 미루게 되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맞다, 그렇다.

나 역시 생각이 많다보니 시작이 느리다. 아니 오히려 생각만 하다가 시작도 못하고 포기한 일들이 더 많았다.

 

'이건 이래서 안돼'

'이건 아직 시기상조지'

'음.. 이건 좀 더 공부가 필요해'

'이건 경험이 부족하고'

이건..

이건...


오히려 하지 않을 이유를 애써 찾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안될 이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산더미같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해야할 이유는 딱 한가지 뿐이었다.


"하고 싶으니까"


그래서 늘 시작이 느렸고, 망설임이 많았다. 

단지 하고싶다는 한 가지 이유는 다른 반대 이유들을 이길 힘이 없었다. 


하지만, 요모조모 따져가며 철저히 준비해서 시작하겠다며 결단을 미루는 것 역시 허울 좋게 말해서 '철저한 준비'이지 실상은 '시작이 두려운 것'이다. 정확히는 '시작한 다음 이어질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순간마다 결정을 바꾼 것도 다른 사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결국 내 결정보다 타인의 결정을 더 신뢰했던 때가 더 많았다.


내가 한 선택, 결정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생기는 두려움이었고, 번복이었다. 


하지만 내 삶에서, 내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으니까"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또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깨가 내려가고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앞으로 원하는 내 삶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들도 떠올랐다. 

노트를 펴고 하나씩 글로 써 내려가면서 지금부터 해야할 계획들도 세워봤다. 

하나같이 행동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아, 결단이 느리면 시작이 늦고, 결정이 빠르면 행동을 멈출 수도 있겠구나'


이 생각과 함께 그 동안 바꾸고 싶었던 행동습관들이 떠올랐다. 

수년간 자리잡지 못했던 운동습관, 독서습관, 공부습관, 언어습관, 사고습관 등 시도했다 실패했던 행동과 생각습관들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의심했고, 

'이게 의미가 있나?'

끊임없이 되물었다.


의심과 의문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더 만들어 냈다. 

그럴 때면 급한 일이 생긴다. 두려워하던 상황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면 운동복을 꺼내던 손으로 외출복을 꺼내 입었고, 책을 읽겠다 앉았던 책상 앞에서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하곤 했다.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결정들 틈에서 정작 원했던 일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성장을 위한 변화보다도, 원하는 모습으로 살기 위한 선택보다도 익숙하고 안전한 행동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무의식 속에서는 '나는 스스로의 결정보다 타인의 결정을 더 믿는다'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다. 

변화보다 익숙함을 선택한 행동들에 어떤 설명을 붙여도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 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자신은 알고 있다. 




여전히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이 많고 망설인다.  

여전히 주변에는 실패를 줄이기 위해 리스크관리를 하는 거라 말하고 다닌다. 

여전히 급하게 일정이 잡히면 일이 우선순위가 되기도 한다. 

여전히 운동하러 나가기 전에, 책을 꺼내기 전에 순간적으로 고민을 한다. 

'갈까, 말까. 할까, 말까?'


하지만 모든 생각과 망설임의 바탕에는 '반드시 시작한다'를 전제하고 있다. 

더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도와달라는 말을 함께 하곤 한다. 

그 어떤 일도 내가 없다면 내 삶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동복을 꺼내면서, 책을 꺼내면서 멈칫할 때 생각을 멈추고 손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게 되었다. 


그렇게 다녀온 운동은 상쾌하고 활기를 준다. 

끝낼 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하다보면 '빨리 끝내고 저거 해야지!!'하는 설레임을 준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신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던 좋은 계획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결단의 속도는 높이고, 결정의 속도는 늦추면서 변화되고 있는 행동과 일상들이 나는 썩 마음에 든다. 













 


이전 05화 공원한바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