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현하기 Aug 13. 2024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건가?

남의 신념이 아닌 나의 신념으로 살고 싶어


'몇시지? 6시 43분, 7시 전이네, 다행이다'

'6시쯤 됐나? 음.. 5시 44분이네, 오늘은 좀 일찍인걸?'

'아.. 왠지 오늘은 좀 늦은 거 같은데... 7시 반이네.. 이런..'







요 며칠 내가 적었던 첫 생각들이다.

비몽사몽한, 꿈결과 현실의 중간쯤에서 떠오른 생각들, 어쩌면 내가 자각할 수 있는 내 무의식과 가장 가까운 의식의 경계선이 아닐까? 싶어서 아침 일기장에 적어보기 시작했다.


눈이 떠지기도 전에 떠오르는 단어는 '시간'

게슴츠레 뜬 눈으로 손을 더듬어가며 찾아 보는 건 '휴대폰 시계'







(일정 없을 때 기준)

5시 즈음 일어나면 조금 일찍 일어난 기분이 든다. 

6시 즈음 일어나면 조금 애매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7시 즈음 일어나면 서둘러 일어나야지 하는 조급함이 든다.

8시 즈음이 되면 망했다 싶은 기분이다. 


요즘 나는 일정이 없는 날에는 알람 없이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눈을 뜬 시간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그 기분은 다음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5시 즈음이면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자버린다.

6시 즈음이면 스스로가 대견해 지면서도 10분 정도 밍기적대다가 스물스물 일어난다.

7시 즈음이면 어이쿠하면서 놀라서 바로 일어난다.

8시 즈음이면..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 때 단지가 옆에 있으면 그대로 단지를 끌어안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버린다. 


'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신경쓰고 있구나.'


기록을 해 보니 알아차리기가 쉽다.


'왜지'


반복되는 기록을 보니 의문이 들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싶은거야?'

'응'

'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어떤 의미인데?'

'음...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

'확실히 이른 아침에 그런 행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긴 하지.. 그럼 몇시에 일어나면 일찍 일어난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글쎄...'

'몇 시대에 운동하러 나가는 게 제일 기분 좋아?'

'음... 7시? 그 시간대가 덜 덥고 사람도 적어서 좋은 것 같아. 운동 끝나면 8시 정도니까, 하루를 시작하기에도 적당한 것 같고.'

'6시에 운동가는 것보다 왜 7시가 더 좋은데?'

'6시는.. 왠지.. 너무 이른 느낌이야'

'7시에 운동하러 가려면 몇시에 일어나야 할까?'



'음.. 6시? 그런데 6시에 일어나도 충분한 걸까?'

'왜?'

'다른 사람들은 4시나 5시대에 일어난단 말이야'

'그 시간에 일어나면 뭐가 좋은데?'

'글쎄.. 모르겠어.. 음..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고들 생각하겠지?'

'누가?'

'음... 그 시간에 일어난 걸 인증한 내 글을 보는 사람들?'

'그 시간에 일어난 걸 인증하는 글을 쓸거야?'

'어... 음... 쓰지 않을까?'

'그 글을 보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음... 대단하다?'

'그 말을 듣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데?'

'글쎄...'

'그 시간에 일어나 본 적은 있잖아'

'그치.. 있지.. 매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일찍 일어난 하루는 어땠지?'

'음... 멍했지. 피곤했어. 일정이 많으면 피곤한 걸 못 느끼고 있다가 집에 오면 뻗어버렸지'

'그리고?'

'어떤 때는 그 다음날까지도 여파가 미치기도 했어...'

'그랬구나'

'음... 생각해 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건 아직 좀 이른 것 같아'

'왜?'

'지금 내게는 맞는 루틴이 아닌 것 같거든. 

일정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난 아직도 낮시간이나 이른 새벽보다는 늦은 밤과 늦은 새벽에 일이 더 잘되는 것 같아. 

글을 쓰던 강의 준비를 하던 생각을 정리하던 뭐든 

난 아직 늦은 밤시간부터 새벽까지가 일이 잘되는데, 

그러면 3~4시간 밖에 못자는걸. 하루종일 병든 닭 같을거야. 

체력을 좀 더 키우고, 낮에도 집중이 잘 되고, 10시 쯤에는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든다면 

그때는 4시, 5시에 일어나도 되지 않을까? 지금은 무리하는 게 될 거 같아'

'ㅋㅋ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모르게 머릿 속에서 마치 대화처럼 이런 말들이 오간다.

애써 생각하려 한게 아니다.

그냥 떠올랐다. 

생각이, 질문이, 그리고 다시 생각이.


왜 지금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작년까지 나는 일정이 없는 날이면 오후가 다 되서까지 잠을 잤다.

며칠 무리한 기간이면 꼬박 하루를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잊은채 죽은듯이 잠만 자기도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기상시간은 거의 기적이다. 

그런데도 나는 기상시간을 더 앞당기고 싶어했다.


도대체 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

'(늘 늦잠을 자던 어린시절 내게 부모님이) 그렇게 게을러서 어쩌려고 그래?'

'(요즘 유행하는 갓생 챌린지 중) 미라클모닝 3년차, 4시 반 새벽 기상!'



생각해 보면 이런 말들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 = 부지런하고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란 생각이 고정된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늦게 일어나는 사람(나 같은) = 게으르고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고정된 걸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들어왔던 말들이나 봐 왔던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굳어진 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 규정짓고,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닥달한 건 아닐까.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말에 중독되어 그들의 삶을 살으려 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대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반가웠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된걸까?

이건 정말 나와의 대화인건가?


뭐가 됐든, 확실한건 없다. 

그저 이 대화를 끝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 대한 압박이나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아, 여전히 7시를 넘겨 일어나면 조급함하고, 8시면 실망한다. 이 시간대가 지금은 마지노선인가보다)


몇시에 일어나던 중요한 건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한거니까

그저 작년보다는 기상 시간이 많이 앞당겨 졌단 걸 생각하면 스스로를 기특해 하고 말란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 스티븐 잡스"





이전 15화 나의 신념은 뭘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